백화점 가전은 비싸다? 뭘 모르시는 말씀!

신희철 기자

입력 2019-03-13 03:00 수정 2019-03-13 0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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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백화점 이유 있는 매출 성장


박모 씨(29)는 3월 초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LG 트롬 스타일러를 144만 원에 구입했다. 원래는 한 홈쇼핑에서 기능과 제조연월이 유사한 모델을 168만 원에 구입하려 했다. 하지만 홈쇼핑 주문 시 제품을 4월 초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백화점을 찾았다. 박 씨는 “세일로 주어지는 할인 외에 상품권 할인(15만 원)까지 더했더니 실구매가가 홈쇼핑보다 오히려 저렴했다”면서 “배송도 이틀 만에 돼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올 2월 결혼한 직장인 최모 씨(30)는 혼수 가전 패키지를 대구의 한 백화점에서 구입했다. 정수기 탑재 4도어 냉장고를 비롯해 65인치 TV, 세탁기, 건조기, 스타일러 등을 총 1050만 원에 샀다. 최 씨는 백화점에 가기 전, 좀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가전 전문점을 찾았다. 이때 받은 견적은 동일 제품 구성으로 1100만 원. 이것도 제휴 카드를 사용했을 때 가능한 금액이었다.

최 씨는 “제휴 카드를 만들어 매월 얼마 이상 써야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게 번거로웠다”면서 “백화점이 오히려 60만 원가량 저렴하고 추가로 마일리지도 쌓을 수 있어 백화점에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백화점 가전은 다른 곳보다 비쌀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지만 막상 꼼꼼히 따져 보니 상품권 할인, 빠른 배송, 마일리지 적립 등의 혜택을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어 백화점 구매를 선택하는 이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대 백화점(롯데 현대 신세계)의 가전 매출 성장률은 가장 낮은 곳이 16.9%, 높은 곳은 20.9%였다. 가전 전문업체 A사(0.3%)나 대형마트 B사(11.2%)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보다 높다. 윤현철 롯데백화점 가전 담당 바이어는 “100만 원이 넘는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등 프리미엄 가전을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백화점 가전 매출도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가전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백화점 세일과 상품권 즉시 할인, 마일리지 적립 등을 감안하면 다른 유통 채널 대비 실구매가가 비싸지 않다고 말한다. 김모 씨는 “백화점 공식 상품권 행사 이외에 업체 직원이 직접 상품권 할인을 도와주는 일도 있다”면서 “가령 100만 원짜리 제품이면 직원이 97만 원만 받고 상품권을 고객 대신 구매해 결제해 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통 채널에서 같은 모델의 최저가를 알아내 이를 제시하면 백화점에서 그 가격에 맞춰 주는 경우도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고가 제품일수록 백화점 할인 폭이 큰 경우가 많다”면서 “제조사가 고가 제품을 더 많이 취급하는 백화점에 더 나은 프로모션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빠른 배송도 백화점에서 가전을 사는 소비자들이 장점으로 꼽는 부분이다. 에어컨이나 건조기 성수기에 백화점은 프리미엄 제품의 물량을 먼저 확보하는 경우가 많다. 백화점 마일리지 적립도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찾는 이유 중 하나다. 가격이 높은 가전을 백화점에서 구매하면 VIP 등급을 비교적 쉽게 달성할 수 있어서다. 백화점 VIP가 되면 할인율 높은 쿠폰을 비롯해 무료 주차 서비스, 음료 및 선물 제공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전 매출이 늘면서 백화점 업계도 가전 매장 규모를 늘리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지점의 가전 매장 규모를 20%가량 확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삼성전자 제품을 거실 주방 등 테마별로 체험할 수 있는 400m²(약 120평) 규모의 ‘삼성 프리미엄 스토어’를 판교점 목동점 등에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강남점 1층에 가전 팝업 매장을 열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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