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관계 꼼꼼히 따지면 ‘진주’ 보인다

동아일보

입력 2019-02-22 03:00 수정 2019-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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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석의 실전투자]부동산 침체기 경매투자 요령

법원 경매에 올라온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삼성아파트 정보. 최초감정가는 9억5000만 원이고 현재 시세는 10억원 선이다. 하락장일수록 향후 시세 흐름을 예측하고 물건을 꼼꼼히 검토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신한옥션SA 제공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내 집 마련은 가격이 떨어질 때 하는 것이 좋다. 경매는 반대다. 오히려 가격이 상승할 때 매수해야 한다. 최초감정가(매각금액)가 정해지는 시점과 매각기일의 시차에 따라 수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경매는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하면 법원은 경매개시결정을 통해 현황 조사를 하고 최초감정가를 정한 뒤 매각기일에 매각한다. 매각기일에 전부 낙찰되는 것도 아니다. 유찰되면 2차, 3차 매각기일이 다시 정해진다. 경매가 진행되는 동안 주변 시세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따라 감정가가 시세보다 쌀 수도 있고, 오히려 비싸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의 최초감정가가 5억 원(시세 5억5000만 원)으로 정해졌다고 하자. 이후 매각기일이 되자 아파트 가격이 이전보다 1억 원 정도 떨어졌다면 경매로 사는 것보다 시세(4억5000만 원)로 매수하는 편이 싸다. 반대로 같은 기간에 아파트 가격이 1억 원 정도 올랐다면 시세는 6억5000만 원이 된다. 최저가격으로 낙찰을 받게 된다면 시세 대비 1억5000만 원의 수익이 생기는 셈이다.

요즘처럼 부동산 거래량이 줄고 가격도 하락할 때에는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신한옥션SA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건수는 993건이었다. 이 중 매각된 아파트는 553건으로 전체의 55.69%였다. 건당 평균 8.17명이 입찰에 참여했고, 매각가율은 최초감정가의 103.28%였다. 그런데 올해 1월 서울에선 아파트 130건이 경매에 나왔지만 41건(31.54%)만 매각에 성공했다. 건당 평균 4.34명만 참여했으며, 매각가율도 시세의 101.91%로 이전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하락장이라고 경매에서 수익을 얻을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가격은 전국적으로 똑같이 상승하고 하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파트 가격의 지역별 양극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후 보합세를 보이거나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A 씨(43)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꾸준히 경매공부를 하던 중 이달 26일 1차 매각기일을 앞둔 아파트(서울서부지방법원 사건번호 2017-5972)를 발견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삼성아파트로 최초감정가는 9억5000만 원이다. 등기부를 확인했다. 1∼4순위 근저당권, 5∼11순위 가압류, 12순위 압류, 13순위 경매개시결정(임의경매) 순이었다. 권리관계가 많았다. 하지만 등기부에 공시되는 모든 권리는 경매로 소멸되는 권리였다. 즉 매수인이 인수하는 권리가 없었다.

아파트단지가 지하철 5·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공덕역에서 231∼446m 떨어져 있어 교통 환경이 좋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에 같은 단지의 동일 층·크기의 아파트가 12억 원에 거래됐다. 현재 KB부동산 시세는 10억 원 선에서 형성돼 있었다. 그는 경매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만약 최저가격 수준으로만 낙찰을 받고 이후 시세가 크게 하락하지 않으면 싸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하락장일수록 시세를 확인하고 비교하는 꼼꼼함과 좋은 경매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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