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톱’ 종합검사로 또 충돌… 금융산업 멍든다

장윤정 기자

입력 2019-01-16 03:00 수정 2019-01-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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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헌 금감원장(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 당시 최 위원장은 ‘갈등설’을 부인했지만 양 기관 사이에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스1
“두 명의 시어머니를 모시는데 그 둘이 사이가 안 좋으면 가운데서 얼마나 머리가 아프겠습니까.”(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首長)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금융산업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경영평가 및 예산 문제로 건건이 맞서더니 올해도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두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두 사람의 개인적인 갈등도 문제가 있지만 상급기관인 금융위의 지시와 통제에 금감원 노조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반발하는 게 사건의 본질이라는 해석도 있다.


○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수장

금융권에서는 일단 정통 금융관료 출신인 최 위원장과 학자 출신 윤 원장의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의 차이가 너무 두드러진다고 분석한다. 둘의 관계는 윤 원장이 금융위의 민간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2017년부터 삐걱거렸다. 당시 윤 원장이 이끄는 혁신위는 은산분리 완화 반대, 노동이사제 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내놓았지만 최 위원장이 조목조목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

윤 원장 취임 이후 두 사람의 대립은 본격화됐다. 지난해 6월 금융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감원에 재감리를 지시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한동안 거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또 지난해 말 금감원의 예산 승인권을 갖고 있는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을 약 2% 삭감하자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를 해체하라”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노조가 자기들의 밥그릇을 사수하기 위해 윤 원장을 내세워 조직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새해 들어서는 윤 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하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갈등이 재부각됐다. “종합검사가 ‘경제활력’에 초점을 맞춘 정부 기조에 맞지 않는다”며 금융위가 우려를 표시했지만 윤 원장은 검사 경험이 풍부한 ‘저격수’들을 주요 검사국장으로 인사 배치하면서 금융위의 뜻과는 반대로 갔다.

최 위원장과 윤 원장은 이 같은 갈등 때문에 국회에서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질타를 받았다. 또 금융 관련 각종 행사에서 일부러 서로 마주치지 않거나 어색한 인사를 나누는 장면도 여러 차례 관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뚝심의 최종구’, ‘호랑이 윤석헌’으로 불릴 만큼 두 사람이 모두 소신이 강한 편이어서 서로 의견이 다르면 누구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금융회사들 혼란

두 기관의 갈등은 역사가 깊다. 1998년 이후 금융감독위원회-금감원 체계가 이어져 오다 2008년에 금감위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가져와 금융위가 되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금감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임하던 이전과 달리 두 기관의 수장이 분리됨에 따라 지금까지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특히 지금처럼 한쪽이 관료 출신, 다른 한쪽이 민간 출신일 때는 엇박자가 심한 편이었다.

두 기관의 갈등으로 중간에 낀 금융회사와 금융소비자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다른 소리를 내면서 정책·감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양 기관의 주도로 카드업계 태스크포스(TF)가 운영되고 있지만 워낙 불협화음이 크다 보니 과연 실효성 있는 안이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도 “자진해서 종합검사를 안 하겠다고 하더니 갑자기 부활하겠다고 해 현장에서는 솔직히 혼란스러울 따름”이라고 밝혔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두 기관의 업무영역을 더 명확히 조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금감원의 독립성 확대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두 사람이 소통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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