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률 리스크 막아라”… 대기업 ‘준법경영’ 바람

배석준 기자

입력 2019-01-11 03:00 수정 2019-01-1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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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등 거물급 법조인 영입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신설 붐



최근 대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잇달아 신설하고 있다. 갈수록 기업 활동에 대한 사법 판단의 범위가 넓어지면서 법률 리스크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예방하자는 차원이다. 특히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거물급 법조인들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영입해 준법경영과 정도경영 강조에 나서고 있다. 과거에도 법조인들이 기업으로 가는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사안이 벌어졌을 때 법률적으로 대응하는 법무팀으로 가는 게 대부분이었고 실무자 위주였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해 4월 출범한 ‘준법위원회’의 명칭을 최근 ‘컴플라이언스위원회’로 변경하고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장으로 해 한진그룹 전체의 준법경영을 담당한다. 위원회는 교수, 언론인 등 외부 인사 4명을 포함해 총 10여 명으로 꾸려져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한진그룹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계열사별 준법 조직 기능 점검,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법 관련 감사, 위법사항 사전 점검 및 개선안 마련 등의 업무를 맡는다. 한진그룹이 최근 정치권과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스스로 변화의 해법을 찾겠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롯데, 한화, 태광 등 다른 대기업들도 명망 있는 법조인을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책임자로 선임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은 2017년 4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민형기 전 헌법재판관을 선임한 데 이어 이태섭 전 부장판사도 컴플라이언스위원회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롯데는 이와 함께 전 임직원에게 반부패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했다.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전사적으로 도입해 전 계열사에 준법경영 헌장, 반부패 준법규정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민 위원장이 새로 선임된 롯데그룹 임원들을 대상으로 컴플라이언스의 중요성에 대한 강의도 직접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이홍훈 전 대법관을 컴플라이언스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외부 위원으로 이정구 전 성공회대 총장, 조홍식 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등도 함께 선임됐다. 그룹 전체의 컴플라이언스 정책을 수립하고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을 자문·지원한다. 나아가 한화그룹 각 계열사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재정비해 전담직원 56명, 겸직직원 62명 등 118명의 인원을 갖춰 명실상부한 조직으로 꾸렸다.

태광그룹은 지난해 12월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정도경영위원회는 9일 신입사원 대상 강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임 위원장은 “오너 부재의 비상상황 속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경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컴플라이언스위원회가 강화되는 움직임이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통해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고 준법 경영활동을 하는지를 상시로 관리 감독해야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등 국가기관의 기업 수사가 많아 이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위법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내부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런 분위기를 이끌어줄 외부의 명망 있는 법조인의 영입도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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