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車산업 위기…“높은 인건비·낮은 생산성 개선해야”

뉴스1

입력 2018-10-11 10:02:00 수정 2018-10-11 1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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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델파이,르노·PSA 그룹 구조조정 사례…시사점 커

자동차 생산 공정. © News1 DB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으로 시름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선 선진 노사관계 정착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강성 일변도의 자동차 노조 활동이 계속되면 고임금·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이 경우 관련 산업 자체가 고사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위기에 직면했던 글로벌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구조조정 사례를 거울삼아 노동유연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GM을 비롯한 미국 최대 자동차부품회사 델파이, 프랑스 르노 및 PSA 그룹은 ‘고인건비, 저생산성’ 구조로 혹독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한경연은 GM과 르노그룹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가 양보하고 생산성 향상에 힘을 모은 결과 조기 정상화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발전적 노사관계를 정립하지 못한 델파이, PSA그룹은 국내 생산 기반이 줄어 노사 모두 패자로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는 내수 및 수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나라 자동차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2007년 GM의 시간당 노동비용은 70.5달러로 일본 토요타(47.6달러), 혼다(43달러) 등 경쟁사에 비해 1.5배 높았다.

© News1
GM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1200만대의 차량을 판매해야 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00년 1740만대에 달했던 미국 자동차시장 규모가 2009년 1043만대로 급감했고, GM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마저 하락했다. GM은 2005년부터 대규모 적자에 빠졌고 2009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리자 GM노사는 상호 양보를 통합 경영정상화를 추진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는 신입사원 임금을 기존직원의 절반으로 낮췄다. 퇴직자 연금·의료혜택은 축소했다. 기업성과와 관계없이 임금을 인상하는 ‘생계비 연동 임금인상’ 중단에도 동의했다.

사측은 향후 미국시장 회복과 경영 개선으로 생산량이 늘면 미국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해고자를 우선 고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영손실에 대한 책임분담 차원에서 경영진을 교체하고 기존 주주의 주식을 전액 감자했다. 그 결과 GM은 2010년 흑자 전환에 이어 2013~2015년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르노그룹 역시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마쳤다. 2011년 글로벌 경기침체 및 국내경기 둔화로 위기에 봉착하자 노조는 3년간 임금동결, 근로시간 연장 및 근무지 변경 등을 양보했다.

사측은 닛산·다임러·피아트 등 제3자 생산물량을 끌어와 프랑스 생산량을 2013년 53만대에서 2016년 71만대로 늘리고 국내 공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르노의 프랑스 생산량은 2014년 31%, 2015년 24%씩 늘었다. 2015~2016년에는 애초 약속한 4배 수준의 정규직(3000명)도 신규채용했다.

반면 델파이는 노사가 강경한 입장만을 고수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국내 생산기반을 대폭 정리했다. 미국 내 생산·숙련직은 파산 전 3만3100명에서 파산 졸업 후 1000여명만 남았다.

PSA그룹 역시 고임금 구조에 따른 경영위기로 공장 폐쇄를 발표했으나 이에 반발한 노조가 파업으로 맞섰다. 근무·생산에 차질을 빚다가 계획보다 1년이나 앞서 공장을 폐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 역시 위기에 빠진 만큼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5개사의 매출액 대비 임금비중(한국자동차산업협회)은 12.29%로 토요타(5.85%), 독일 폭스바겐(9.95%) 등 경쟁업체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경쟁력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411만4913대로 집계됐다.

10대 생산국 중 유일하게 2년 연속 감소하며 6위에 머물렀으나 멕시코와 스페인, 브라질 등 경쟁국과의 격차는 더욱 좁혀졌다. 수출도 전년 대비 3.5% 감소한 253만194대에 그쳤다.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수요둔화에 이어 중동 및 중남미 등 신흥시장의 경기 회복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가 고전하는 원인으로는 특히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지목된다. 독일과 미국 대비 절반 수준의 저부가가치 차량 수출 구조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 완성차 업체는 중소형차 위주로 수출하고 있다. 대당 평균 수출가격은 1만4141달러로 독일(3만6153달러)과 미국(2만6637달러), 일본(2만2405달러)에 비해 40~60%가량 낮은 수준이다.

내수 판매량 감소까지 이어지며 수익성은 악화하는데 인건비는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완성차 5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9072만원으로 2005년 대비 81.1% 올랐다. 이는 폭스바겐(6만5051유로·8487만원), 토요타(832만엔·8344만원)의 연간 평균임금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임금구조에도 경쟁국 대비 생산성은 낮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26.8시간으로 토요타(24.1시간), GM(23.4시간)보다 높아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

하성용 신한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한국자동차 산업의 경직된 노동유연성은 글로벌 경쟁력 약화의 주요 원인”이라며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강성노조의 고임금 구조를 타파하고, 비정규직과의 임금 체계를 정상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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