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기살리기 초점 맞춘 순방… “애로사항 언제든 말하라”

한상준 기자 , 문병기 기자

입력 2018-07-11 03:00 수정 2018-07-11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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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기업정책 달라지나]文대통령 ‘韓-인도 CEO 라운드테이블’ 참석 친기업 행보

《 “기업 활동에서 겪게 되는 어려운 점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겠다.”

인도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뉴델리의 총리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최고경영자) 라운드 테이블’에서 다시 한 번 기업 애로 해소를 강조했다. 청와대 참모들에게 “기업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라”라고 당부했던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 CEO 앞에서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
 
인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뉴델리 총리실 영빈관에서 열린 ‘한-인도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쌍용자동차의 대주주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오른쪽)에게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뉴델리=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문 대통령이 전날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재계 서열 1위인 삼성전자 행사에 참석해 이재용 부회장과 개별 면담을 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기업 기 살리기’ 행보에 나서면서 집권 2기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변화가 본격화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 文,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되게 하겠다”

한-인도 정상회담 직후 열린 이날 CEO 라운드 테이블에는 문 대통령과 함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참석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인도 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계획을 밝히며 모디 총리에게 “수출 세제 지원과 무역 인프라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수소전기차 등 미래자동차 산업 협력을 위한 부품관세 인하를 건의하는 등 양국 재계 인사들의 요구 사항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대기업들이 모디 총리에게 직접 애로사항을 건의하고 지원을 당부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해결사’로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양국 재계 인사들의 발언에 하나하나 답변하며 “한국과 인도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협조하겠다. 한국 정부는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항상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도 국내 대기업의 요청에 직접 답변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해외 순방에서 열린 기업인 행사에 외국 정상이 함께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구 13억 명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내수 시장을 가진 인도 공략에 공들이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확실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두 정상은 양국 주요 기업인이 참석한 이 행사를 위해 정상 오찬 시간도 30분 줄일 만큼 큰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이번 인도 방문에서 경제 분야에 집중한 것은 미중 무역갈등 속에 인도의 경제적 중요성이 매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부흥’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건 모디 총리 역시 문 대통령의 순방을 통해 국내 대기업과 획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 이재용-마힌드라 연쇄 면담으로 진보·보수 고려

이런 문 대통령의 기업 행보 무대가 단순히 인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경제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하지만 이번 행보가 집권 2기를 맞아 기업과의 소통 강화를 통한 규제혁신과 혁신성장 강조의 연장선에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기에는 문 대통령의 핵심 경제 공약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이 대기업의 지원 사격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이 부회장을 별도로 만나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달라”고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나서도 “한국에 더 많이 투자하고 노사 화합을 통해 성공하는 모델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틀 연속 ‘일자리와 투자’를 강조한 것이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자동차의 최대 주주다. 이에 마힌드라 회장은 “지금까지 쌍용차에 1조40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앞으로 3, 4년 내에 1조3000억 원 정도를 다시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쌍용차 해고자 문제를 언급하며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를 고려하는 행보를 보였다. 먼저 마힌드라 회장에게 다가간 문 대통령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는 노사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다.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쌍용차 문제를 직접 언급해 잇따른 친기업 행보로 정부 경제정책이 ‘우클릭’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지층의 불만을 달랜 것이다. 또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면담이 ‘삼성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진보 진영 일각의 지적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은 일이고, 재판은 재판”이라며 “이번 순방이 특정 기업 관련 재판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뉴델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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