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임원 고용땐 항공면허 취소’ 기간산업 보호위해 도입… 실효성 논란

강성휘 기자 , 김현수 기자

입력 2018-07-11 03:00 수정 2018-07-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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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면허규정 5차례 바뀌어 국토부도 헷갈려
진에어-아시아나-에어인천 적발, ‘외국인 임원 금지’ 1991년 첫 명시
ICAO ‘항공협정 표준모델’ 따른것… 1999년엔 면허취소 사유로 못박아
“외국인 실질 지배만 막아도 충분… 법체계 현실에 맞게 손봐야” 지적


항공사들이 면허 취소 사유인 외국인 등기이사를 고용했던 사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 소홀도 문제지만 법률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화물전용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인천이 2012년 법인 설립 당시 러시아 국적 등기임원을 고용한 상태에서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발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토부는 당시 이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외국인 등기이사 재직이 적발된 건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올해만 세 번째다. 국토부 측은 전날 아시나아항공의 외국인 임원 재직 사실이 알려졌을 때 “전수조사 결과 진에어와 아시아나항공 외에 불법 등기이사 재직이 드러난 항공사는 없다”고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하루 만에 “에어인천도 진에어와 함께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외부 자문을 의뢰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토부는 에어인천 역시 진에어처럼 청문 절차를 밟아 면허 취소를 결정할 방침이다.

항공법령에서 외국인 임원을 금지하는 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협정 표준 모델’에서 유래한다. ICAO는 항공사 국적을 기준으로 국제항공 노선을 배정한다. 항공사를 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지를 가리기 위해 많은 국가가 소유자의 국적 요건을 자국 법에 뒀다.

미국은 대표이사를 포함한 항공사 전체 임원 중 3분의 2 이상이 시민권자여야 한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 내지 회원국 국민이 지분을 50% 이상 소유해야 한다. 일본은 외국인이 법인 등기부상 임원의 3분의 1 이상이면 안 된다. 여기에는 항공사 경영권을 외국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측면도 있다.

본보가 항공법이 제정된 1961년부터 최근까지의 개정 연혁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임원 금지 조항은 1991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법은 외국인 임원이 있으면 당국의 판단에 따라 취소할 수도 있다(임의 취소 사유)고 규정했다. 그러다가 1999년 항공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외국 국적을 갖고 있는 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반드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개정됐다. 외국인 임원 재직은 8년 뒤인 2007년 12월 개정된 항공법에서 다시 임의 취소 사유가 됐다가 2012년 필수 취소 사유로 바뀌기를 반복했다.

법이 자주 바뀐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이 석연치 않은 것도 문제다. 2012년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안홍준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법 개정 과정에서 외국 투자를 끌어오려던 항공사들이 정부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당시는 대형 항공사들이 LCC 취항에 열을 올리던 때다. 임의 사유로 바뀐 다음 해 진에어가 첫 취항을 했다.

항공업계는 항공 관련 법령이 서로 충돌하는 게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항공사업법은 임원 중 외국인이 있으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항공안전법은 외국인이 대표자이거나 임원의 2분의 1 이상인 법인이 소유한 항공기를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10여 년 전 국토부 담당자와 얘기하던 도중 국토부 담당자가 ‘법인은 대표이사가 외국인이 아니거나 외국인 임원이 전체의 2분의 1이 아니면 된다’고 언급했었다. 그게 업계와 정부의 상식이었다”고 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법학부 교수는 “관련 규정이 명확한 이유 없이 땜질하듯 자주 바뀌어서 국토부 담당자들은 물론 자문을 의뢰받은 항공법 전문가들도 이를 제대로 몰랐을 것”이라고 봤다.

이창재 조선대 무역학과 교수는 “외국인 임원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규정은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 해외처럼 외국인이 항공사의 오너나 실질적 지배자가 될 수 없다는 규정만 있어도 항공산업 보호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강성휘 yolo@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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