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준다고 아이 낳을까…신혼희망타운 ‘잡음’ 도대체 왜?

박재명 산업2부 기자

입력 2018-07-11 03:00:00 수정 2018-07-11 08: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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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박재명]희망타운 신혼부부, 낳고 더 낳아야…

박재명 산업2부 기자
“형, 다시 기회가 온 것 같아요.”

국토교통부가 신혼희망타운 10만 채 공급 계획을 발표한 5일, 37세 미혼 후배 K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난해 서울 강남 집값이 ‘자고 일어나면 1억 원’씩 오르던 그때 “나 같은 무주택자는 영원히 결혼도 못할 것”이라며 통음하던 후배였다.

K의 ‘기회’는 주택 가격이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신혼부부는 올해 12월 7억 원을 넘나드는 위례신도시 전용면적 55m² 아파트를 4억6000만 원에 분양받을 기회가 생긴다. 더구나 집값의 70%를 연이율 1.3%로 대출받아 3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다. 자세한 청약 조건을 물어본 그는 “위장결혼이라도 해서 이번엔 반드시 청약할 것”이라고 했다.

결혼을 앞두거나 최근 결혼한 한국의 젊은 (예비)부부들은 대체로 K와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높은 집값에 애초에 집을 사겠다는 계획은 대부분 포기했다. 주거비 부담에 출산마저 사절이다. 그런 그들에게 주택 10만 채가 ‘벼락처럼’ 떨어진 셈이다.

반면 같은 날 48세 선배 J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유주택자인 J는 “내가 낸 세금으로 정부가 돈을 많이 버는 신혼부부에게 집을 퍼준다”고 했다. 2022년까지 신혼부부와 청년의 주거 복지에 쓰는 재정은 136조 원에 이른다. J 주위에는 ‘신혼희망타운 반대대책위원회’에 합류한 사람도 생겼다. 애를 낳을지 확실치도 않은 젊은이들이 집을 싸게 받아 시세만 교란시킬 것이란 걱정을 하는 것이다.

합계출산율 1명 선이 위태로워지면서 정부가 신혼희망타운을 내놓았지만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게 삐걱거리고 있다. 벌써부터 신혼부부와 아닌 사람들 사이 세대 갈등 양상이 나타난다. 올해 분양하는 신혼희망타운은 1000채에 불과하지만 2020년 1만6000채로 물량이 늘어난다. 갈등 수위도 해마다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기성세대 사이에는 “신혼부부에게 무작정 집을 줄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의무조항을 넣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구가 줄어 나라가 사라질 지경이라 세금으로라도 국가를 유지해야 한다면 적어도 이런 지원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에게 이런 반응을 전했더니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 청년들이 아이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처벌하는 조항을 넣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어찌 보면 기성세대가 ‘너무 빡빡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론 ‘오죽했으면’ 싶기도 하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아무도 쉽게 가질 수 없는 게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신혼희망타운 10만 채에 입주할 신혼부부들은 ‘노블레스’는 아니라도 ‘오블리주’는 지켜야 한다. 당신들은 아이를 낳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도 한 명에 그치지 말고 두 명, 세 명, 더 많이 낳는다고 약속해야 한다. 그게 온 국민이 낸 세금 덕에 거의 반값으로 집을 갖게 된 데 따른 오블리주다.
 
박재명 산업2부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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