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회계논란 ‘고의’보다 ‘과실’에 무게

강유현 기자

입력 2018-06-22 03:00 수정 2018-06-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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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선위, 금감원 조치안 보완 요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제재를 결정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무게 추가 ‘과실’로 기울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금융감독원의 감리 결과에 대해 증선위가 회계처리 위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없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추가로 요구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정 조치안을 검토해 다음 달 중순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다.


○ 분식회계 ‘과실 결론’ 가능성 높아

금융위는 2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20일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선위 3차 회의 결과 금감원에 기존 조치안을 보완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꾼 것이 ‘고의적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회계처리 기준 변경을 둘러싼 지적 내용을 보완하는 동시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된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를 어떻게 바꾸면 되는지 추가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회계 전문가들은 증선위가 당초 금감원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증선위가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2015년 이전에도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12∼2014년 회계처리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증선위가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했어야 했는데 종속회사로 처리해 오다 2015년 뒤늦게 수정한 것은 회계처리 위반”이며 “이는 고의적 분식회계라기보다는 ‘중과실’이다”는 식으로 결론 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금감원의 주장은 기각된다.


○ 삼바 검찰 고발 피할 듯

금감원의 수정 조치안에 대해 추가 심의를 해야 하는 만큼 다음 달 4일 열리는 4차 증선위도 당사자가 직접 출석해 공방을 벌이는 대심제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해 증선위는 결론을 내는 목표 시점을 다음 달 초에서 중순으로 미뤘다. 다음 달 18일 예정된 정례회의 이전에 임시 증선위를 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재 결론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과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증선위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감원이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증선위가 금감원의 손을 들어 주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금융당국이 패소할 확률이 크다. 반대로 증선위가 삼성 측의 손을 들어 주면 금감원은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회계처리가 부적절했다는 전문가 의견도 많은 상황이다.

과실 또는 중과실로 결론이 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검찰 고발이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다만 과징금 부과, 대표이사 해임 등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2012∼2015년의 재무제표를 고쳐야 한다. 회계 전문가들은 “처음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처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15년 실적을 기반으로 상장한 것이 적정하냐가 새로운 논란이 될 수 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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