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수입차 관세 언급… 한국 車업계 가슴 철렁

김현수 기자

입력 2018-06-11 03:00 수정 2018-06-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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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회의서 G6 압박카드로 꺼내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을 승인 말라 했다. 미국 시장에 밀려오는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9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수입자동차 관세를 언급했다. 나머지 G6 정상이 보호무역주의와 관세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성명을 내자 이에 반발하며 수입차 관세를 압박 카드로 꺼낸 것이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 자동차 업계는 혼란 그 자체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철강 관세가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전초전이었다면 수입차 관세가 진짜 전쟁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들어 철강 관세를 언급한 뒤 실제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10개월이 걸렸다. 미국 상무부의 자동차 관세 조사도 약 6개월∼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수입차가 미국 시장과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입차 관세 부과 카드를 빈번하게 꺼내며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자동차 업계는 미국이 실제로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사실상 미국 수출길이 막힐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차는 미국에서 ‘가격 대비 성능’으로 승부를 봐왔다. 지난해 한국은 전체 차 수출의 약 33%에 달하는 84만5319대를 미국에 수출했다. 미국 수출이 막히면 한국 자동차 생산 규모는 2003년 수준으로 후퇴하게 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글로벌 신규 자동차 시장 개척은 쉽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 공급 과잉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관세 폭탄으로 미국 수출이 막히면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세계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한국의 생산량 대비 대미 수출 비중은 23.7%로 캐나다(83.7%), 멕시코(38.3%)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멕시코와 캐나다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자동차 업체의 주요 생산 기지라 관세 면제 가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일본과 독일도 자국 완성차 생산량 중 미국 수출 비중이 한국보다 낮다. 각각 18.6% 및 8.4%로 조사됐다.

게다가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현재 상태로도 위기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1년 동안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5위였던 한국은 2016년 인도에 밀려 6위로 떨어졌다. 올해 1분기(1∼3월)에는 멕시코에도 뒤져 7위로 추락했다. 미국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스페인(8위)에도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까지 쪼그라들면 결국 타격은 중소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받게 된다. 이 업체들은 ‘글로벌 자동차 생산 강국’ 위상을 배경으로 경쟁력을 키워왔다. 2014년 현대·기아자동차 1차 협력업체가 글로벌 완성차에 수출한 부품 실적은 10조 원에 달했다. 자동차 생산 강국 위상이 추락하면 이 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일자리도 문제다.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크다. 국내 일자리 약 175만 개가 걸려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미국 상무부의 조사기간 동안 한국 정부가 국내 정책과 산업계 대응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로 나서야 한다. 우선 미국에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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