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다

강유현 기자

입력 2018-05-16 03:00 수정 2018-05-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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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하라” 靑청원 20만명 넘어서… 금융위, 6월초 개선방향 내놓을듯
전문가 “공매도 주식 종목 늘려 개인 투자자 접근 통로 열어줘야”


금융위원회가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사고를 계기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 투자하는 방식이다.

삼성증권 배당 사고가 없는 주식을 파는 이른바 ‘무차입 공매도’ 형태로 발생하면서 “공매도를 폐지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는 등 여론이 악화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투자가 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공매도 공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공매도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매도 개선 방안에 대해 ‘제로베이스’부터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이달 6일 마감돼 금융위는 한 달 이내에 입장을 밝혀야 한다. 금융위는 다음 달 초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을 큰 틀에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매도와 관련해 제기되는 가장 큰 불만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뤄진 공매도 거래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거래대금 기준)은 0.6%에 그쳤다. 지난해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 중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46.7%)과 비교하면 한참 낮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겐 “기관과 외국인들의 공매도 거래로 주가가 떨어져 개미들만 죽어난다”는 인식이 뿌리박혀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개인들이 투자할 수 있는 공매도 주식 종목을 늘려 접근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기관투자가들은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중개를 통해 원하는 주식을 상대적으로 쉽게 빌릴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는 대부분 증권사에 신청하면 증권사가 증권금융에 중개를 요청하고, 다시 증권금융이 주식을 구해주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개인들이 신용융자(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를 할 때 담보로 맡기는 주식 가운데 ‘공매도용 대여’에 동의한 주식만 공매도에 활용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렇다보니 개인이 빌릴 수 있는 종목이 100∼200개로 제한돼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신용융자로 맡긴 주식을 모두 공매도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증권사들이 증권금융을 통하지 않더라도 고객들에게 담보로 받은 주식을 공매도용으로 빌려줄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증권사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담보를 빌려줄 수 없다”며 “이 문제만 해결돼도 빌릴 수 있는 주식이 1500개 정도로 늘어난다”고 밝혔다.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을 갚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들은 기관끼리 협의해 상환 기간을 정할 수 있지만 개인들은 30∼60일 이내 주식을 갚아야 하고 만기를 연장할 수도 없다.

공매도 공시를 활발히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현재 국내 증시는 공매도 잔고 비율이 상장주식의 0.5% 이상일 때 보유 투자자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하재우 트루쇼트 대표는 “해외에서는 0.5% 이상인 경우 일본은 보유자별로 공매도 잔고 수량을 공개하고, 영국은 공매도 잔고 비중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어 더 많은 투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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