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기업 옥죄기’에 위축… 기업심리지수 한국만 내리막
김준일 기자 , 박재명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18-05-15 03:00 수정 2018-05-15 03:00
[기업하기 어려운 한국]4개월 연속 하락… OECD ‘꼴찌’
한국 기업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개월 뒤 경기를 가장 어둡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무역주의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정부가 노동계에 치우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미국 일본 등 OECD 주요국 기업들은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14일 OEC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기업심리지수(BCI)는 올 3월 기준 98.44로, 비교 가능한 OECD 31개 회원국 중 최저였다. BCI는 기업들이 현재의 생산, 재고, 주문량을 토대로 미래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 조사한 국가별 경기지수를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OECD가 표준화한 것이다. 2008년 1월∼2018년 3월 평균값(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경기를 긍정적으로,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 기업가정신 무너져가는 한국
한국의 BCI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98.9로 떨어진 뒤 제자리걸음을 하다 작년 12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과 일본의 BCI는 지난 1년 동안 0.6포인트 이상 올라 최근에는 101.5 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내수가 살아나고 일본과 유로존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만 글로벌 경제 회복 기조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 기업계에 비관론이 커진 것은 3월 제조업 가동률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멈춰 선 설비가 많고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뼈대로 한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기업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만큼 경영을 옥죄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를 평가해 매긴 순위를 보면 2017년 한국은 137개국 중 95위에 머물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으론 규제와 인건비 상승, 밖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국 등 신흥국의 견제 심화 등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과 일본은 고용 회복세
반도체 호황에 가려 있던 한국 기업의 실력이 최근 실체를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데 이어 4월 수출은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기계장비 등 주력 산업의 생산이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3월 한 달 만에 7.8%가 줄었다.
축 처진 한국 기업과 달리 선진국 기업들의 심리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6년 9월 BCI가 99.59에 머물렀지만 올해 3월은 101.38로 올라섰다. 18개월 전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던 미국의 기업심리가 살아난 건 친기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을 밀어붙이고, 4차 산업혁명이 선도적으로 진행되면서 고용률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 정부의 목표치가 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실물경기에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
○ 무리한 시장 개입, 투자 위축 우려
반면 우리 정부는 인건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올 7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는 별다른 대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정경제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치우친 채 기업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혁신성장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 / 세종=박재명 / 서동일 기자
14일 OECD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6개월 뒤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 기업심리지수(BCI)는 올 3월 기준 98.44로, 비교 가능한 OECD 31개 회원국 중 최저였다. BCI는 기업들이 현재의 생산, 재고, 주문량을 토대로 미래 경기를 어떻게 보는지 조사한 국가별 경기지수를 국제 비교가 가능하도록 OECD가 표준화한 것이다. 2008년 1월∼2018년 3월 평균값(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수록 경기를 긍정적으로, 낮을수록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 기업가정신 무너져가는 한국
한국 기업계에 비관론이 커진 것은 3월 제조업 가동률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멈춰 선 설비가 많고 정부의 친노동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뼈대로 한 소득주도 성장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속도”라며 기업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환경이 점점 나빠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킬 만큼 경영을 옥죄는 규제가 많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정부 규제에 대한 부담 정도를 평가해 매긴 순위를 보면 2017년 한국은 137개국 중 95위에 머물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안으론 규제와 인건비 상승, 밖으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중국 등 신흥국의 견제 심화 등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 미국과 일본은 고용 회복세
반도체 호황에 가려 있던 한국 기업의 실력이 최근 실체를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3월 제조업 가동률이 9년 만에 최저치를 보인 데 이어 4월 수출은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였다. 자동차, 기계장비 등 주력 산업의 생산이 감소했고, 설비투자는 3월 한 달 만에 7.8%가 줄었다.
축 처진 한국 기업과 달리 선진국 기업들의 심리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2016년 9월 BCI가 99.59에 머물렀지만 올해 3월은 101.38로 올라섰다. 18개월 전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던 미국의 기업심리가 살아난 건 친기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법인세 감세를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을 밀어붙이고, 4차 산업혁명이 선도적으로 진행되면서 고용률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 정부의 목표치가 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정을 동원한 경기 부양을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가 실물경기에서 영향을 주기 시작하면서 고용 사정이 크게 개선됐다.
○ 무리한 시장 개입, 투자 위축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배에 초점을 맞춘 공정경제와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치우친 채 기업의 성장동력을 키우는 혁신성장에는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시장에 개입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투자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을 추진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 / 세종=박재명 / 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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