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LS전선” 회장님이 뜁니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18-04-25 03:00 수정 2018-04-25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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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엽 회장, 제도 정착에 앞장

“오빠가 회사에서 일찍 퇴근하는 날은 나랑 피아노도 같이 치고 보드게임도 해 줘서 정말 고마워.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 돼. 사랑해.”

매주 수요일 오후 5시 30분 LS전선 사옥에서는 임직원의 가족들 목소리가 사내방송으로 흘러나온다. 첫 방송이 나간 이달 4일에는 안모 사원의 초등학생 여동생이 퇴근 후 자신과 놀아주는 오빠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전했다. ‘행복한 수요일 저녁(행수저)’는 LS전선이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정시출퇴근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이달 1일 도입했다. 배우자와 자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면 직원들은 남은 일을 붙잡고 있다가도 웃으며 자연스레 짐을 챙긴다.

LS전선이 구자엽 회장(사진)의 주도하에 워라밸 제도 도입과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2013년 회장 취임 직후부터 직원들과의 면대면 소통을 늘리고 일과 가정 모두를 챙길 수 있도록 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직원이 행복해야 회사도 잘 운영된다는 ‘사람 우선’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구 회장은 3월에는 ‘몰입과 집중, 그리고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사내망에 직접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임직원 모두 기존에 해오던 일에 대한 습관과 인식을 새롭게 구성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며 정시근무와 집중근무, 휴가제도 정착 등을 강조했다. ‘리더계층의 솔선수범을 기대한다. 리더십은 명령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것’이라며 워라밸 정착을 위해 리더계층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구 회장의 리더십은 여러 가지 제도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워라밸이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달 1일부터 정시출퇴근제를 시작한 데 이어 7월부터는 오후 5시 30분에 PC가 꺼지는 ‘PC오프제’를 시작한다. 최근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제도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착을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가족들의 목소리가 퇴근 시간에 흘러나오는 ‘행수저’도 그중 하나다. LS전선 관계자는 “퇴근 시간 후에도 PC를 사용해야 할 경우 임원의 별도 결재까지 받도록 해 PC오프제가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직원들을 직접 만나 문제점을 듣고 제도에 해결책을 반영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2016년부터는 사원∼과장급에서 선정된 ‘CC(Core Communicator)’들과 분기에 한 번씩 만나 업무상 어려움부터 복지제도에 대한 불만까지 모두 듣는다. 지난해 CC 30여 명과 떠난 해외연수에서는 이동 시 직원들과 같은 버스를 탈 정도로 모든 일정을 함께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그 자리에서 개선사항을 약속했다. CC들이 휴가를 눈치 보지 않고 가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자, 올해부터 전 직원들이 모든 징검다리 휴일 사이에 연차를 쓰도록 했다.

구 회장은 워라밸에서의 ‘라이프’뿐만 아니라 ‘워크’도 함께 잡고 있다. LS전선은 구리 가격 하락과 건설, 조선 등 내수시장 불황 등으로 2016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 투자를 늘리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2017년 LS전선의 매출은 3조5000억 원, 영업이익은 1113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3%, 33% 성장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미국, 폴란드, 미얀마 등 3곳에 생산법인을 지었고, 프랑스에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기존 생산법인에는 신규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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