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지나친 규제는 상장기업의 환경대응력 저해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입력 2018-03-21 03:00 수정 2018-03-2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수익을 많이 내는 기업과 적게 내는 기업은 근본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경영학계 내의 입장은 분분하다. 산업조직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기업이 처한 산업 환경, 예를 들면 경쟁강도와 산업구조 등이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가른다고 본다. BP나 셸 같은 글로벌 정유기업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정유업계에 대한 제도적 보호와 낮은 경쟁강도 덕분에 오랜 기간 승승장구했다. 반면 자원기반이론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각 기업이 보유한 자원과 역량이 주 요인이라고 말한다. 애플과 삼성이 그 예다. 이 두 회사는 경쟁이 매우 치열한 전자업계에서 내부역량을 발휘해 우뚝 섰다.

물론 기업이 외부환경 변화에도 잘 대응하고 내부역량 강화에도 뛰어나다면 가장 좋겠지만, 두 가지 다 잘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둬야 할까?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재무경영대(FSFM)와 미국 텍사스A&M대 연구진은 이 문제를 기업의 소유구조와 연결지었다. 이들은 유럽에 있는 직원 1000명 이상의 기업 3만525개를 조사했다. 각 회사가 주식시장에 공개된 상장기업인지, 또 다수의 주주가 골고루 지분을 보유한 분산구조인지 아니면 소수 인원이 다수 지분을 보유한 집중구조인지 분류한 후, 각각의 경우 외부환경과 내부역량이 얼마나 성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상장기업 특히 지분이 골고루 분산된 상장기업일수록 산업환경이나 경쟁구도 등 외부환경적 변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반면 비상장기업에서는 기술역량이나 자원 활용의 효율성 등 기업 내부적인 역량이 성공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에 어떤 시사점을 줄까. 한국은 각종 규제와 외부적 압력이 상장기업에 집중된다. 가뜩이나 환경 변화에 취약한 상장기업을 더 어렵게 만드는 외부요소가 너무 많다. 한국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기업들도 스스로 변화해야겠지만, 이들을 더 어려운 상황에 노출되도록 내모는 분위기는 지양해야 한다. 지분 분산형 상장기업은 외부 환경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분 집중형 비상장기업은 내부 역량 강화에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도록 도와야 한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