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美 진출 가속… 베벌리힐스 등 출점 검토

송충현기자

입력 2018-03-13 03:00 수정 2018-03-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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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그로서런트(그로서리+레스토랑)’를 앞세워 연내 미국에 진출한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 등 한인이 최대한 적게 사는 지역을 출점 1순위 지역으로 정하고 부지 적정성 검토에 들어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올해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부동산 및 컨설팅 업체들은 미국 내 마트용 부동산을 신세계와 이마트에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이마트가 자체적으로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었다면 이젠 미국이 신세계에 직접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복수의 미국 업체들이 베벌리힐스 등 괜찮은 부동산 부지를 몇 군데 알려와 현재 사업부서에서 적정성을 검토 중”이라며 “내부 검토 뒤 현지 실사를 거쳐 조만간 부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도 최근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국 내 상업 부지를 직접 확인하는 사진을 올리며 미국 진출이 가시화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에서 매장 부지 외에 현지 마트를 살피며 매장 콘셉트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에 따르면 매장 형태는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이 결합한 그로서런트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의 식료품 마트인 ‘PK마켓’과 유사한 형태로 꾸며진다. 매장 이름은 이마트, PK마켓 등을 고려하고 있다.

신세계 측은 “아시안 음식을 미국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형태의 매장이 될 것”이라며 “한인 밀집지역에 출점하면 ‘한인마켓’으로 여겨질 수 있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한인이 최대한 적게 사는 지역을 고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미국 진출은 국내 스타필드 합작사인 미국 쇼핑몰 개발사 터브먼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터브먼의 로버트 터브먼 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와 PK마켓을 본 뒤 “신세계의 콘텐츠라면 미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마트는 미국 내 마트 출점과 별도로 현재 미국 수출용 피코크 제품을 만드는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식자재 공장을 인수해 수출 물량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 외에도 내년 상반기(1∼6월) 준공 예정인 베트남 2호점이 마무리되는 대로 베트남 3, 4호점을 준비하는 등 해외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 부회장이 해외 영토 확장에 나선 이유는 국내에선 대형 매장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마땅한 부지도 없고 신규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도 많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해외는 오프라인 매장 확대, 국내는 온라인 사업 강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택했다.

신세계는 연내 신세계백화점몰과 이마트몰의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며 현재 외국계 투자운용사가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합작법인의 기업 가치가 5조 원 이상, 신세계의 투자 유치 규모는 1조5000억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세계는 투자금으로 대형 물류센터를 확충한 뒤 기존 이마트 매장을 거점 삼아 온라인 쇼핑시장을 석권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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