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인가 절차상 문제” 정부 자문기구도 공식 제기

강유현기자

입력 2017-10-12 03:00 수정 2017-10-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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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행정혁신위 1차 권고안 발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인허가 과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회 등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정부의 공식 자문기구마저 “인가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따라 16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 이슈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에 대한 논란이 인터넷은행 발전의 열쇠인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혁신위)는 11일 1차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민간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혁신위는 금융행정의 문제를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한시적 기구다.

케이뱅크와 관련해 혁신위가 가장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한 부분은 우리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이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유리하도록 기존 법령을 무리하게 유권 해석했다는 판단이다.

은행법 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신설될 은행 주식의 4%를 넘게 보유한 최대 주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해당 업종의 평균치 이상이어야 한다. 그런데 2015년 예비인가 당시 우리은행 자기자본비율은 통상적으로 적용해 오던 ‘직전 분기’ 기준으로는 14.0%로 국내 은행 평균(14.08%)보다 낮았다. 이에 우리은행은 “직전 분기 대신 ‘최근 3년간 평균’으로 봐달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했고 금융위는 자체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에 그 판단을 맡겼다. 그 결과 위원 7명 중 6명이 “최근 3년 기준으로 봐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고 금융위는 결국 인가를 내줬다.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인터넷은행을 육성해야 한다는 산업 정책적인 고려가 건전성 감독보다 우선시된 결과”라며 “자체 자문기구보다는 법제처에 의뢰해 객관적 해석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케이뱅크 본인가 과정에서 우리은행에 유리하게 시행령이 개정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예비인가 이후 우리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점차 하락하자 지난해 4월 금융위가 시행령에서 재무건전성 요건 자체를 삭제해 우리은행이 탈락하지 않도록 미리 손을 썼다는 의혹이다. 윤 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위원장은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특정 기관이나 개인에게 특혜를 줬다거나 위법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KT(지분 8%)가 주요 주주와 사실상 ‘한 몸’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주주 간 계약서를 통해 우리은행, NH투자증권과 함께 케이뱅크 이사회와 경영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혁신위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주주 간 계약 때문에 주주들이 공동의 의사 결정을 내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지었다.

혁신위는 추가 조사를 통해 12월 최종 보고서에 케이뱅크 의혹을 비롯해 금융당국의 행정·인사 및 인허가 절차, 금융권 영업 관행 개선 방안 등을 담은 권고안을 금융위에 제출한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금융당국은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인가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당장 케이뱅크의 경영이나 영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낮다. 다만 보고서 수위에 따라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시 인가 과정에서 나름대로 절차를 지켰고 특혜나 위법 소지는 없었다”며 “최종보고서 내용에 따라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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