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상임금에 해외 나가려는 車산업, 그래도 파업인가

동아일보

입력 2017-08-12 00:00 수정 2017-08-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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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아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등 5개 국내 완성차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10일 “통상임금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현실화되면 국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성명을 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자동차 회사들이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해외 이전’ 부분이 논란을 빚자 어제 KAMA는 경영상 위기를 가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과중한 인건비가 글로벌 경쟁력에서 뒤처진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의 2015년 평균 연봉이 9313만 원으로 도요타(7961만 원), 폴크스바겐(7841만 원)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한국에서 차 한 대 만드는 시간(26.8시간)은 도요타(24.1시간)보다 2.7시간 길다고 KAMA는 분석했다. 임금체계가 직무급과 상여금, 성과급으로 구성된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호봉형 기본급에 상여금, 연차수당, 복지수당 등 근로자의 생산성이나 기업 성과와 무관하게 구성돼 있다. 임금이 연차에 따라 자동 인상되는 데다 상여금 비중이 높아 총액 임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직원 평균연봉이 9600만 원인 기아차 노조는 1인당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1억1000만 원씩을 더 달라며 소송을 냈다. 사측이 패소하면 3조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당장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규모다.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은 작년에 비해 각각 16.4%와 44.0% 급감했다. 줄어든 이익은 경쟁력까지 갉아 먹는다. 현대·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중은 2.7%로 폴크스바겐(6.3%)이나 GM(4.9%), 도요타(3.8%)보다 낮다. 인건비 부담이 현재의 경쟁력뿐 아니라 미래 성장동력까지 약화시키는 셈이다.

KAMA가 성명을 발표한 날 현대차 노조는 6년 연속 파업에 들어갔다. 기본급 인상은 물론이고 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것이다. 총고용보장 등 경영권 간섭 요구도 했다. 한국GM 노조도 2000만 원이 넘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 절차에 들어갔다. 벼랑 끝에 몰린 산업의 노조라기엔 이해하기 어렵다. 자동차 노조는 파업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스스로를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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