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터’ 만들기 나선 CJ… “자녀 초등 입학땐 한달 휴가”

김현수 기자 , 천호성 기자

입력 2017-05-24 03:00 수정 2017-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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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기업문화 혁신 주도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기업문화 혁신에 나섰다. 일과 가정,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CJ그룹은 23일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 시기에 최대 한 달 휴가를 낼 수 있는 ‘자녀입학 돌봄 휴가제’ 등을 포함한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SK그룹, 롯데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일·가정 양립안을 내놓은 데 이어 CJ도 이에 동참하면서 향후 다른 기업들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좋은 일터’가 저출산 등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영미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고 남녀 임금격차가 낮은 국가일수록 출산율이 높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줄이고 육아 책임이 아내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는 게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제언했다.


○ 학부모 되면 최대 한 달 휴가

CJ가 기업문화 혁신안을 내놓은 것은 이 회장이 평소 “내 꿈은 함께 일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이고, 문화와 인재를 통해 그레이트(Great) CJ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온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장은 앞서 2000년대 초반에 ‘님’으로 임직원 간 호칭을 통일하는 등 기업문화 혁신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이에 따라 CJ는 다음 달 1일부터 ‘자녀 입학 돌봄 휴가’,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제’, ‘배우자 출산휴가제’ 등을 시행한다. CJ 관계자는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각종 행사, 상담 일정이 많다. 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중요한 시기에 부모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긴급하게 자녀를 돌보아야 할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2시간 단축 근무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자녀 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신설했다.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해서는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지원한다. 현행 5일(유급 3일, 무급 2일)인 남성의 출산휴가를 2주 유급으로 늘렸다. 여성은 기존에 임신 초기인 12주 이내와 출산이 임박한 36주 후에만 신청할 수 있던 ‘임신 위험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12주와 36주 사이에 8주를 추가해 매일 2시간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 5년마다 한 달 휴가를 낼 수 있는 ‘창의 휴가’, 최대 6개월까지 무급휴직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는 ‘글로벌 노크’ 등 일과 삶, 자기계발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제도도 내놓았다.

CJ를 포함해 롯데,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은 최근 다양한 일·가정 양립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다. SK이노베이션은 육아휴직 자동 전환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는 올 초 대기업 중 처음으로 의무적으로 남성들도 한 달간의 출산휴가를 다녀오도록 했다.


○ 안정된 직업과 소득, 출산율 높인다

안정된 직업과 소득이 있는 여성의 출산율이 더 높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되고 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교육수준별 출생 사망 혼인 이혼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15년 20∼49세 기준 대졸 이상 여성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32명으로 고졸(1.02명)보다 29.4% 높았다. 특히 30∼49세 여성의 경우 대졸 이상 여성의 출산율이 고졸보다 60%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졸자의 출산율이 고졸을 앞지른 것은 10여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2000년에는 고졸과 대졸 이상의 출산율이 각각 1.51명, 1.48명이었다. 하지만 2005년에는 고졸 1.03명, 대졸 이상 1.14명으로 출산율이 역전됐다. 이후 2015년까지 10년 새 대졸 이상인 사람의 출산율은 1.32명으로 15.8% 올랐지만, 고졸자는 1.02명으로 줄었다.

이는 고학력 여성일수록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그동안의 통념과는 다른 양상이다. 최근에는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선임연구위원이 ‘여성의 교육 기간과 수준이 높아지면서 혼인과 출산이 줄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상으로는 비교적 안정된 직업과 소득을 갖춘 고학력 여성일수록 출산율도 높다는 게 통계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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