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프런트에 사람 대신 공룡로봇… 식당선 안드로이드가 “어서오세요”

장원재 특파원

입력 2017-04-24 03:00 수정 2017-04-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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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로 서비스업 구인난 심해… 첨단 시스템 활용해 효율성 높여
100개 객실 업무 7명이 모두 해결… 166석 음식점 홀 직원은 3명뿐


“어서 오세요, 안내는 여기서 해 드립니다!”

19일 오전 11시 반. 일본 도쿄(東京) 대형 쇼핑몰의 회전초밥 식당 하마스시.

초밥 요리사 모자를 쓴 안드로이드(인간처럼 생긴 로봇) 페퍼가 입구에서 팔을 활짝 펴며 기자를 환영했다. 가까이 가자 눈을 마주치며 “몇 분이냐”고 물었다. 모니터에서 ‘1명’을 선택하자 “어떤 좌석을 원하느냐”고 다시 물었다. 좌석을 고르자 좌석 번호표를 출력하며 ‘손님 들어갑니다!’라고 외쳤다.

지정된 자리에 앉자 머리 높이의 터치스크린이 눈에 들어왔다. 초밥을 고르고 ‘주문’을 누르자 잠시 후 회전대에 주문한 초밥이 등장했다. 식사를 마친 후 ‘계산’을 누르자 비로소 직원이 나타났다.

인구 감소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일본에서 최근 ‘무인접객’ 시스템을 도입한 점포가 늘고 있다. 로봇과 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인건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회전초밥 식당으론 일본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가진 하마스시는 지난해 10월부터 일부 매장에 일본의 정보통신회사 소프트뱅크가 만든 로봇 페퍼를 도입하며 접수 및 좌석 안내 절차를 자동화했다. 매장 직원은 계산과 접시 정리만 하면 된다. 이날 방문한 곳은 166석의 중대형 점포였는데 요리사를 빼고 매장에 나와 있는 직원은 3명에 불과했다.

식당에서 만난 야마시타 게이조(山下啓三·65) 씨는 “페퍼 덕분에 자리 안내가 빨라졌다.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인건비를 절감한 덕분에 초밥 가격은 평일의 경우 세금을 빼고 90엔(약 900원)부터 시작한다.

21일 찾은 지바(千葉) 현의 ‘이상한 호텔’에선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낸 공룡 로봇이 체크인을 담당했다. 화면에서 ‘한국어’를 선택하자 고개를 흔들며 “여권을 화면에 대 달라”고 했다. 로비 수족관에는 로봇 물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직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2015년 나가사키(長崎)에 처음 생긴 이 호텔은 ‘로봇 직원을 둔 첫 호텔’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지난달 문을 연 지바 호텔에선 140여 대의 로봇이 손님을 맞는다. 모든 객실에는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배치돼 있다. 객실이 100개인데도 인간 직원은 7명뿐이다. 호텔 관계자는 “로봇과의 소통을 즐거워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오사카(大阪)에선 로손과 파나소닉이 손을 잡고 편의점 자동 계산 및 포장 시스템을 선보였다. 전용 바구니에 상품을 담고 계산대에 놓으면 바닥이 열리면서 자동으로 포장되고 계산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일본 정부도 무인 시스템 개발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18일 편의점 업계와 함께 2025년까지 편의점 모든 상품에 바코드 대신 집적회로(IC) 태그 1000억 장(연간)을 부착해 무인 계산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도쿄·지바=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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