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다시 웃는 ‘K뷰티’… 중국發 사드 역풍 넘는다

이새샘기자

입력 2017-03-28 03:00 수정 2017-03-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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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對日수출 2033억원 역대 최고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문을 연 ‘에뛰드하우스’ 플래그십 스토어. 최근 일본 현지 사정에 맞춘 제품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하는 한국 화장품 기업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대일본 수출액이 2013년 이후 처음 증가세로 돌아섰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일본에서는 볼 수 없던 화장품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미샤’는 2015년 일본에 ‘매직쿠션M’을 처음 선보였다. 쿠션은 파운데이션, 선크림 등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을 스펀지에 흡수시켜 팩트 용기에 담은 제품으로 2008년 한국에서 처음 개발됐다.

첫해에는 13만5000개가 판매되는 데 그쳤지만 “이전에 없던 특이한 제품이다”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일본 최대 화장품 평가 사이트인 ‘앳코스메’에서 액상 파운데이션 부문 2위에 올랐다. 지난해 200만 개가 넘게 팔리며 ‘빅 히트’를 쳤다.

한국 화장품 업계가 다시 일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반한(反韓) 분위기를 극복하고 수출 영토 확장을 위해 26조 원 규모(2015년 기준)의 일본 화장품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 일본으로 다시 가는 K뷰티

27일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일본 화장품 수출액은 약 1억8265만 달러(약 2033억 원)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처음 성장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본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혐한 기류가 완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 화장품은 2006년경부터 한류 바람을 타고 일본에 속속 진출했다. 하지만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혐한 감정이 커지고 엔화 대비 원화 강세 현상으로 가격 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악재가 겹쳤다. 수출액은 2013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아이디어를 앞세운 신개념 제품이었다. 미샤의 또 다른 히트 상품은 입술에 바르면 색깔이 변하는 파란색 립글로스다. 강인규 미샤 해외추진팀 차장은 “일본 유통업체들은 비슷한 제품을 가져가면 ‘이미 잘 팔리는 제품이 있다’며 납품 자체를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상품 카테고리에 없던 쿠션으로 시장을 공략하자 소비자들과 유통업체들이 먼저 미샤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른 기업도 일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달팽이 크림’으로 유명한 ‘잇츠스킨’은 올해 2월 도쿄(東京)의 코리아타운인 신오쿠보에 일본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잇츠스킨 측은 “지난해 10∼12월 일본이 전체 수출액의 26.6%를 차지하는 등 중국(31.7%)에 버금가는 매출을 내고 있다. 단독 매장을 통해 일본 소비자들과 접촉을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는 한국 업체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11월 일본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시세이도 그룹과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본 기업은 해외 ODM 업체에서 제품을 납품받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BB크림, 쿠션 등을 유행시킨 한국은 세계 화장품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가 됐다. 일본도 한국 화장품을 새롭게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한류 의존 벗어나 ‘맞춤형’으로 승부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도쿄의 대표적인 젊음의 거리인 하라주쿠에 ‘에뛰드하우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일본 특유의 메이크업 스타일에 맞춰 ‘하라주쿠 룩’으로 이름 지은 화보를 별도로 선보였다. 화사한 피부 표현을 좋아하는 일본 소비자를 위해 라벤더 컬러 쿠션 제품을 선보이는 등 ‘일본 맞춤’ 제품을 내놨다. 에뛰드하우스의 지난해 일본 매출은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일본 특유의 유통 환경에 맞춘 진출 전략을 선보이기도 한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중저가 화장품은 주로 버라이어티숍(화장품, 생활용품, 가구 등 다양한 품목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종의 잡화점)에서 판매된다. LG생활건강은 일본 대형 복합몰 ‘이온몰’을 통해 ‘더페이스샵’ 매장 20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미샤도 2008년부터 버라이어티숍 위주로 진출했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 손성민 연구원은 “일본 화장품 시장은 글로벌 점유율이 10%에 육박하는 아시아 최대 시장 중 하나지만 그동안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집중하면서 일본 시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일본 취업시장이 활발해지며 20, 30대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어 현지화된 제품으로 공략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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