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선 없애고… 목에 걸고… 헤드셋의 통념을 깨다

장재웅기자

입력 2017-03-20 03:00:00 수정 2017-03-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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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의 넥밴드형 블루투스 헤드셋 ‘톤플러스’ 성공 요인

“올레드TV, 트윈워시, 스타일러, 그램PC, 톤플러스와 같이 세상에 없던 우리만 가진 제품들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데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1월,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는 2017년 신년사에서 수익을 전제로 성장해야 한다며 대표적인 5가지 성공 사례를 언급했다. TV, 세탁기 등 LG전자의 전통적 효자 종목들 사이에서 ‘톤플러스’라는 생소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톤플러스는 LG전자가 만든 목에 거는 형태의 블루투스 헤드셋이다. 2010년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사용 고객들의 꾸준한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까지 전 세계적으로 1500만 대 이상 팔렸다. 특히 뚜렷한 마케팅이나 대규모 광고 없이도 북미 시장에서 30%를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LG전자가 ‘지금과는 다른 방식’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20호(2017년 3월 1호)에서 LG전자 톤플러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 작은 발상의 전환에서 찾은 신시장

LG전자가 올해 초 ‘CES 2017’에서 첫선을 보인 ‘LG 톤플러스 스튜디오’. 특유의 넥밴드 디자인에 4개의 외장 스피커를 탑재해 사용자가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 생생한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가 목에 거는 넥밴드 형태의 블루투스 헤드셋 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9년쯤이다. 당시만 해도 블루투스 헤드셋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았다. 블루투스 이어폰의 용도는 운전 중에 전화를 받기 위해 쓰는 이른바 ‘핸즈프리(Hands free)’로 국한됐다. 무선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노 타입으로만 소리를 전송할 수 있는 블루투스 기술의 한계 때문이었다. 소비자는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이 있어도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유선 헤드셋이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에 평상시 전화 통화를 많이 해야 하는 소비자가 아니면 굳이 모노 블루투스 헤드셋을 살 이유가 부족했다. 이 때문에 블루투스 모노 헤드셋 시장은 2007년을 정점으로 하향세에 접어든다. 결국 블루투스가 가진 무선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음악도 들을 수 있어야 했다.

이를 간파한 LG전자는 2009년 발 빠르게 ‘뉴 콘셉트 태스크(New Concept Task)’를 꾸린다. 음악 감상용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 선점에 나선 것. 마침 블루투스 기술의 발전이 뒤따르면서 기회가 생겼다. 영국의 무선통신 칩 업체 CSR(2014년 퀄컴에 인수됨)이 블루투스 기반으로 고음질의 스테레오 음원을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음악 감상이 가능한 블루투스 헤드셋’을 만들자는 방향성이 정해졌지만 이후에도 쉽지 않았다. 관건은 ‘차별화’였다. 뉴 콘셉트 태스크를 중심으로 고민을 거듭하던 중 우연히 한 디자이너가 일본에서 나온 보청기 디자인을 본떠 ‘넥밴드 타입’의 블루투스 헤드셋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반대가 심했다. 어렵게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내부 보고를 했는데 초기 반응은 “헤드셋을 목에 건다고?” “명품 유선 헤드셋이 있는데 굳이 블루투스로 음악을 듣겠어?” 등 부정적 반응이 다수였다. 당연히 제품 출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다행히 톤플러스가 기획되던 당시는 LG전자 휴대전화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를 달리던 전성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 주는 분위기였다. 또 톤플러스의 경우 생산을 100% 외주화해 투자비가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 덕분에 내부 반대를 뚫고 첫 제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 제품이 2010년 출시된 HBS-700 모델이다.


○ 선을 없애고 소리를 더하다

HBS-700은 생경한 디자인 때문에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특히 품질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HBS-700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표방했다. 그러나 HBS-700은 유선 헤드셋들에 비해 음질이 떨어졌다. 고장도 잘 나고 쉽게 망가졌다. 특히 넥밴드 안쪽에 유선 이어폰을 삽입했는데 이 줄이 잘 끊어졌다.

하지만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았다. 일단 헤드셋을 목에 건다는 콘셉트가 호평을 받았다. 목에 걸어 두고 필요할 때만 내장형 이어폰을 꺼내서 쓰는 편리함이 돋보인다는 평가였다. 가볍고 디자인도 튀지 않아서 하루 종일 걸고 다닐 수 있었다. 따로 보관하다가 사용할 때 꺼내 써야 하는 불편함을 없앴다는 게 최대 강점이었다.

초기 모델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한 LG전자는 2012년 8월 후속 모델인 HBS-730을 내놓는다. 디자인은 HBS-700과 동일하게 하되 이전 모델에서 지적된 불편 사항을 개선했다. 특히 선이 안 끊어지도록 넥밴드와 이어폰 연결 부분에 완충제 역할을 하는 고무 소재를 덧대 품질을 개선하고, 음질도 강화했다. 가격도 그대로 유지했다. 같은 가격에 품질이 향상되니 반응이 달라졌다. 이후 2년간 LG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약 400만 대의 HBS-730을 팔았다. 이때부터 톤플러스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 프리미엄 사운드로 스몰 럭셔리족 공략

톤플러스는 2010년 첫 제품 출시 이후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블루투스 헤드셋이라는 이미지를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무선 헤드셋이면서 스테레오 음질을 구현해 음악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톤플러스 시리즈는 출시 5년 만인 2015년 5월, 전 세계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한 데 이어 불과 1년도 안 된 2016년 3월 판매량 1500만 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안에 2000만 대 판매 돌파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뱅앤올룹슨, 오디오테크니카 등 전통의 오디오 명가들이 속속 블루투스 전용 헤드셋을 시장에 출시했다. 여기에 중국 등에 기반을 둔 기업들은 저가 블루투스 헤드셋으로 시장을 노리고 있다.

이에 LG전자는 적극적으로 명품 오디오 브랜드들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고 고급화 전략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LG전자는 2011년부터 ‘하만-카돈(harman-kardon)’과 손잡고 하만-카돈 플래티넘 사운드라는 사운드 프로파일(음색)을 만들어 톤플러스에 적용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 바로 톤플러스의 하이엔드 제품인 HBS-1100이다.

HBS-1100 출시 이후 톤플러스의 시장 지위도 바뀐다. 자브라나 플랜트로닉스 등 기존 블루투스 시장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보스, 비츠, 젠하이저 등 전통적인 헤드폰, 이어폰 시장의 명가들과 경쟁하게 됐다.

박형우 LG전자 상무는 “LG전자 입장에서 톤플러스는 시장 트렌드가 무선으로 옮겨 갈 것임을 미리 내다보고 선도적으로 이 부분에 집중해 성공한 작품”이라며 “특히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가 ‘스몰 럭셔리’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을 내다보고 음질에 집중한 것이 톤플러스 성장에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했다.

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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