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러 은행 대신 맥줏집-클럽 갑니다”

김성모 기자 , 주애진기자

입력 2017-03-20 03:00:00 수정 2017-03-2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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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찾아나선 新재테크족

직장인 이모 씨(36·여)는 해외여행을 가도 일부러 유명 맥줏집을 찾아다니는 ‘맥주 덕후(마니아)’다. 국내에선 서울 이태원 내 맥줏집이 몰려 있는 ‘맥주골목’을 자주 찾는다. 2013년 찾아낸 한 수제 맥줏집 ‘더부스’의 단골이 됐다. 그러다 지난해 더부스가 개인 간 거래(P2P) 대출회사인 에잇퍼센트를 통해 투자를 받는다는 소식에 모아둔 1500만 원을 지체 없이 넣었다. 이 투자의 수익률은 연 8.1%나 된다. 그는 “사장부터 맥주 맛까지 다 아는 곳이어서 적극적으로 투자했는데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이곳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 자주 가게 된다”고 말했다.

‘맥줏집부터 콘서트까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를 활용한 투자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금리가 낮아 은행 예금이나 적금은 저금통에 넣어둔 돈처럼 붇지 않는다고 툴툴거리고 주식 채권 펀드는 경기가 불확실해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특히 핀테크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새로운 투자처 찾는 ‘투자 덕후들’

요즘 잘나가는 핀테크 투자처는 대학 인기 강좌의 수강신청만큼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6일 더부스는 P2P 대출 회사를 끼지 않고 자체적으로 투자자를 모으는 ‘크라우드 펀딩’(사업 계획을 밝히고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에 도전했다. 목표 수익률은 4년 만기의 연 6.25%. 5일간 진행 예정이었던 펀딩은 24분 만에 183명이 몰리며 목표 금액 10억 원을 채우고 마감됐다. 이 씨와 같은 ‘핀테크 투자’ 덕후들 덕분에 조기 마감된 것이다. 양성후 더부스 대표는 “주주파티라고 주주총회 같은 걸 하면서 전략이나 방향도 투자자들과 공유한다. 앞으로 기관을 통한 대규모 투자 모집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맥주 업체뿐만이 아니다. 핀테크 투자 덕후들은 콘서트, 클럽 등 제도권 금융에서 제공하지 않는 다양한 대체 투자처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최근 P2P 대출 업체 피플펀드를 통해 공연 제작비를 마련하고 있다. 힙합 콘서트 티켓 판매의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4개월 만기에 연 수익률은 17%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클럽 ‘옥타곤’도 최근 카드 매출을 담보로 10억 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5개월 만기에 연 수익률 12%를 약속했다.

디지털 가상화폐를 사 모으는 이들도 최근 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카레 전문점 ‘거북이의 주방’의 김용구 사장(29)은 2015년부터 디지털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으로도 밥값을 받고 있다. 비트코인 가치가 오를 것으로 보고 현금화를 하지 않고 ‘저축’하고 있다. 1비트코인 가격은 이달 초 사상 처음으로 금 가격(1온스 기준)을 추월했다. 김 사장은 “비트코인이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해 투자 개념으로 넣어뒀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 꽤 수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 ‘고(高)수익’ ‘팬심’ 때문에…

핀테크 투자는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다. 연 10% 내외의 고(高)수익을 제시하지만 손실 위험도 그만큼 크다. 이 때문에 투자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젊은층이 핀테크 투자에 적극적인 편이다. 최근 가요 콘서트에 투자한 주부 조민희 씨(34·여)는 “수익률이 높으니까 투자를 한 거다. 출연진 등을 꼼꼼하게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수익보다 투자 대상에 대한 애정에 이끌린 ‘팬심 투자’가 많다는 것은 일반 금융투자와 다른 점이다. 더부스에 투자한 이 씨는 “좋아하는 맥줏집이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금융권에 부는 핀테크의 특징이다. P2P 대출이 활성화되면서 투자자와 대출자 간의 간극이 크게 좁혀졌기 때문이다. 빌려주는 사람은 투자자가 되고 빌리는 사람은 대출자가 된다. 개인, 소상공인, 부동산, 엔터테인먼트 등 돈을 빌리려는 주체가 다양한 만큼 투자처도 다양하다.

다만, 시장이 커지면서 ‘부실 투자처’가 늘어날 수 있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원금 손실이 있는 만큼 중개하는 P2P 업체와 투자 대상에 대한 정보를 세세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모 mo@donga.com·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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