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 AI날개 달았지만… “해킹 틈새 막아라”

박창규 기자 , 김성모 기자

입력 2017-02-22 03:00 수정 2017-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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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금융보안]<上> 보안기술 어디까지 왔나

금요일 밤 충남 공주시의 한 지방도. 차를 몰던 김일수(가명) 씨가 급커브를 확인하지 못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의식을 잃었다. 한적한 길이다 보니 지나가는 차도, 사람도 전혀 없었다. 빨리 구조되지 않는다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 그런데 사고가 일어난 지 5분도 채 안 돼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 차량과 앰뷸런스가 현장에 도착했다. 김 씨가 탄 차량이 자동으로 보험사로 사고 발생 정보를 보냈기 때문이다.

이는 가상의 사례지만 곧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물인터넷(IoT)이 장착된 차량이 보급되는 수년 후에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이나 로봇기술,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하고 생활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업 역시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을 접목한 첨단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 등이 대표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소비자의 80∼90%는 모바일뱅킹 또는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은행 거래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8월 금융회사들이 공인인증서나 일회용비밀번호(OTP) 외에 다양한 인증수단을 도입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지문은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보편적인 인증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BC카드는 다음 달 목소리로 본인 인증을 하는 서비스를, 롯데카드는 손바닥에 흐르는 정맥으로 결제하는 서비스를 각각 시작할 예정이다. 홍채나 안면, 몸짓 등을 통한 인증도 준비되고 있다.

비대면 거래, 바이오 인증 등이 금융 거래의 번거로움을 줄여줬다면 빅데이터나 AI의 도입은 금융업과 다른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주가의 흐름과 투자 성향 등을 면밀히 분석해 투자자의 자문에 응해주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미국에만 130여 개 업체가 성업 중이다. NH농협은행, 동부화재, 라이나생명, 대신증권 등은 인간과 대화를 하고 상담 업무를 처리하는 메신저인 챗봇을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비대면 금융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금융보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오류를 일으키거나 대규모 해킹 사고가 일어날 경우 투자 손실 같은 금전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인증이나 암호기술 등의 금융보안 인프라 없이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국내 금융투자업계가 운용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의 안전성과 보안성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진 금융보안원 보안기술연구팀 연구원은 “새로운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세부적인 보안 위협과 대응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잠재적인 보안 위협에 대한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창규 kyu@donga.com·김성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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