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고기반찬 없네”… 물가한파 덮친 지역아동센터

김단비기자

입력 2017-01-20 03:00 수정 2017-01-20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어린이 1명당 식비 5000원 맞추려 저렴한 식자재 위주로 식단 바꿔
복지사 “더 달라는 소리에 가슴 먹먹”


 “선생님, 오늘도 고기 없어요?”

 “밥 먹자”는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식탁에 모인 20여 명의 아이가 선생님을 바라보며 물었다. 식판 위 그릇에 밥과 반찬이 하나둘 올려졌다. 흰밥에 반찬은 오징어볶음과 김치 상추무침. 그리고 고기 없이 끓인 미역국이 전부였다. 식판을 받아 든 김모 군(10)은 실망한 표정으로 미역국에 밥을 말았다.

 17일 서울지역 한 아동센터의 저녁식사 현장이다. 주요 농축수산물 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으면서 아동복지시설마다 ‘보릿고개 식단’을 내놓고 있다. 서울의 지역아동센터 10곳을 확인한 결과 8곳이 “물가가 너무 올라 급하게 저렴한 식자재를 쓰는 식단으로 바꾸고 있다”고 답했다. 맛과 영양의 조화 대신 일단 ‘배를 채울 수 있는’ 재료로 바꾼 것이다. 연말연시 외부 후원이 급감한 탓도 크다. H지역아동센터는 한 달에 40만∼60만 원이던 후원금이 이달 들어 10만 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경제적 문제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의 쉼터다. 서울에 420여 곳이 있다. 보통 센터마다 25∼30명이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밤 12시 무렵 부모와 귀가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책정된 식비는 아동 1명당 5000원. 인건비를 제외하면 3500원가량이다.

 한 센터의 식단을 바탕으로 한 달 전 아이들이 먹었던 메뉴를 현재 물가에 맞춰 다시 구성했다. 비용이 4700원을 넘었다. 책정된 금액보다 1000원 이상 많았다. 영양사 김모 씨(42·여)는 “예산에 맞춰 같은 메뉴로 식사를 준비하면 결국 양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부분의 센터가 “배를 고프게 할 수 없지 않으냐”며 저렴한 식재료를 선택하고 있다. 칼슘 섭취를 위한 황태계란국(1인분 기준 519원)을 고기 없는 미역국(20원)으로, 불고기(2748원)를 두부조림(567원)과 감자볶음(80원)으로 바꾸는 식이다. 일부에서는 물가가 계속 오를 것에 대비해 벌써부터 1500원짜리 식단을 제공하는 곳도 등장했다.

 한 센터의 생활복지사는 “평소 영양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센터에서라도 잘 먹이고 싶지만 물가는 오르고 후원은 줄어 도저히 불가능하다”라며 “밥 먹을 때마다 맛있는 반찬을 찾는 아이들을 보면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