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中비관세장벽… ‘관시(關係·관계)’에 기대는 中企들

정민지기자

입력 2016-12-07 03:00 수정 2016-12-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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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복잡한 인허가 규정 내세워 시간 끌거나 추가자료 요청 많아
제품인증 못받아 구형모델 수출에 브로커 의존하다 통관지연 피해도
정부는 마케팅 지원에 그쳐… 전문가 “사례 축적해 적극 대응을”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비관세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하는 중국 ‘현지 브로커(대행사)’까지 판치면서 기업들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치과용 기기 제조업체인 A사는 지난해 ‘중국의 지정 국립병원에서 임상실험을 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이 새로 생긴 이후 임플란트 제품 인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임상실험을 맡겨 결과가 나오려면 꼬박 1년 넘게 걸린다. A업체 이사는 6일 “어쩔 수 없이 5년 전에 인증을 받은 구형 모델만 중국에 수출하고 있어서 경쟁력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상식적 이해 안 될 정도로 허가 지연”

 기업들은 중국 당국이 복잡한 인허가 절차와 모호한 규정을 내세워서 신청한 지 몇 년이 되도록 허가를 안 내주거나 제대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추가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화장품 업체 B사도 중국의 비관세장벽에 부딪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중국은 법이 자주 바뀌고 구체적인 실행방안 없이 큰 틀의 원칙만 먼저 내놓는 경우가 많아 통관 절차에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스킨케어 제품이 중국 위생성 허가에서 통과됐는데 관련 규정이 바뀌자 이미 받은 위생성 허가를 또다시 받으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유독 한국 업체들에 통관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만큼 허가를 내주는 기간이 길어지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높아지면서 통관이 예전보다 어려워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일부 기업들은 브로커를 고용해 많은 비용을 주고라도 소요 기간을 단축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A사도 현지 브로커를 믿고 기다리다 1년 넘게 허송세월했다. A사 임원은 “중국 현지 브로커가 “‘관시(關係·관계)’로 임상실험 없이 통관되게 해주겠다며 기다려 달라고 했지만 결국 말을 바꿔 난감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B사 관계자도 “대행사에 따라 똑같은 제품의 통관이 10개월이 걸릴 수도 있고 2년 넘게 걸릴 수도 있다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업들이 중국 현지 업체나 브로커에 의존하다가 수출 소요기간이 더 길어지는 악순환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 비관세장벽에 뒷짐 진 정부

 수출 기업들의 피해 사례가 늘어나자 한국무역협회는 최근 회원사 기업들에 중국 통관 절차 진행시 주의사항을 알리고 믿을 만한 대행사 명단을 배포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관시’로 통관 문제를 다 해결해 주겠다며 뒷돈을 요구하는 중국 현지 브로커들이 많지만 자칫 인증이 한 번 실패하면 처음부터 통관 절차를 다시 밟아야 돼 시간이 더 걸린다. 일부 기업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은지도 모른 채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복잡하고 모호한 규정, 통관 지연 등에 대해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겪는 통관 문제의 대부분은 비관세장벽 때문이 아니라 준비한 통관 서류가 미비하거나 대행사를 잘못 선택해서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올해 1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중국 진출 기업들을 지원하는 ‘차이나 하이웨이 프로그램’ 등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대부분 전략 수립, 홍보 등 마케팅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무역 전문가들은 정부가 비관세장벽의 실체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정부가 실제 중국 통관 과정에서 비관세장벽이 작용하는지 기업들의 사례들을 축적해 진위를 파악해야 한다”며 “수출 기업을 지원하는 숱한 정책이 있지만 정작 기업들한테 필요한 부분은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 비관세장벽 ::

관세 이외의 방법으로 타국의 수입을 제한하는 것으로 수량제한, 가격통제, 통관, 무역기술장벽(TBT) 등이 포함된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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