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관절염 피하려면… “방바닥에 앉지 마세요”

위은지 기자

입력 2019-10-24 03:00 수정 2019-10-2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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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투 건강 핫클릭]퇴행성관절염 치료와 예방

14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건강 토크쇼―톡투 무릎관절염’에서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인공관절센터장(왼쪽)과 궁윤배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부장이 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황혼 육아’ 중인 A 씨(65)는 얼마 전 손자를 업고 일어나다가 무릎이 몹시 아파 주저앉고 말았다. 몇 년 전부터 계속되던 무릎 통증이 최근 들어 더 심해져 걷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말기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가급적 빨리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라고 권했다. A 씨는 수술해도 10년이 지나면 재수술을 해야 한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하자 수술을 받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퇴행성관절염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추세로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매년 늘고 있다. 2013년 약 333만 명이던 환자는 지난해 387만 명으로 5년 만에 16% 증가했다.

동아일보는 14일 서울 중구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건강 토크쇼―톡투 무릎관절염’을 열었다. 유재두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인공관절센터장과 궁윤배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부장이 강연자로 나서 무릎관절염과 인공관절 수술 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줬다. 이날 토크쇼에는 청중 약 2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다.


○ 비만, 좌식이 무릎관절염 ‘주범’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무릎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나 그 주위의 뼈에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연골이 거의 없어진 상태인 말기 환자의 경우 뼈와 뼈가 직접 맞닿아 겉으로 보기에도 다리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휘어 있다. 관절염 초기에는 걸을 때 무릎이 아파도 휴식을 취하면 통증이 완화되지만 말기에는 쉴 때도 통증이 지속돼 잠을 설치기도 한다.

유 센터장은 “비만과 좌식(坐式) 생활습관이 무릎관절염의 주요 위험요소”라고 지적했다. 몸무게(kg)를 키(c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가 비만 판단의 기준점인 25 이하면 평생 관절염이 생길 확률이 30.2%이지만 BMI가 30 이상이 되면 관절염 발병 확률이 60.5%로 급격히 높아진다. 한국인이 자주 하는 쪼그려 앉거나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이 약 20배 더 크다.

손상된 연골을 완전히 되살릴 방법은 없다. 그러나 관절염 초기에는 냉수욕, 온열찜질 같은 대증(對症)요법으로 증상이 심해지는 걸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과체중일 경우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좋다. 방바닥에 주로 앉아서 하는 좌식생활보다는 의자에 앉는 입식생활을 비롯해 무릎에 좋지 않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걸을 때 지팡이를 사용하면 무릎에 가해지는 압력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적절한 운동은 관절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주 3∼4회, 하루에 30분씩 평지에서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처럼 무릎에 체중 부하(負荷)를 적게 주면서 관절을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을 하면 좋다. 운동을 하다가도 통증이 느껴지면 멈춰야 한다. 유 센터장은 “걷거나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발 사이 간격을 좁히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증상 호전 안 되면 인공관절 수술 고려

비(非)수술적 치료를 받아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수술은 크게 관절 보전수술과 관절 치환수술로 나뉜다. 관절 보전수술로는 줄기세포를 관절에 투여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동종 줄기세포 이식술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연골 결손 부위가 적은 초·중기 관절염 치료에만 도움이 된다. 유 센터장은 “결국 제일 많이 시행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수술 치료는 인공관절 치환술”이라고 강조했다.

인공관절 수술은 언제 받는 게 좋을까. 궁윤배 부장은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 중 주사나 약물 복용으로도 통증이 치료되지 않거나 다리가 휘어 걸을 때 절뚝거리는 경우에는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의 나이보다는 통증의 강도, 관절의 마모 상태 등을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활발하다. 궁 부장은 “이 중 가장 진일보한 방법은 ‘마코’를 이용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라며 “수술 전 환자의 상황에 맞춰 3차원(3D) 시뮬레이션을 하고 의료진이 마코로봇의 팔을 잡고 계획대로 수술을 진행하는 로봇과 의사의 협진이어서 수술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인공관절 수술 후 일상생활이 불편해지진 않을까. 유 센터장은 “상갓집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하거나 쪼그리고 앉을 때 불편할 수 있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인공관절 수명을 연장하려면 이런 자세를 반복적으로 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궁 부장은 “수술 후 3개월이 지나면 무릎 각도도 회복되고 통증도 점점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10년 후에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얘기도 옛말이 됐다. 유 센터장은 “로봇수술로 대퇴골과 정강이뼈의 축과 무릎의 균형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게 돼 관절 수명도 대략 15년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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