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의 외도… 건강식품 사업 속속 진출

허동준 기자

입력 2019-08-22 03:00 수정 2019-08-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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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다각화로 수익성 안정… 신약개발 자금으로 선순환”
유한양행 ‘뉴오리진’ 매장 열고 건강음료-화장품-음식 등 판매
비타500 등 음료시장 성공한 광동, 간편식 브랜드 ‘광동약선’ 내놔


국내 제약업체들이 식품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출시한 다양한 제품들. 왼쪽부터 유한양행의 홍삼 제품, 광동제약의 가정간편식 브랜드 ‘광동약선’, 한독이 출시한 숙취해소 음료 ‘레디큐’. 각 사 제공
국내 제약업계가 본업 외에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식품업 진출이 활발한 모습이다.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고 ‘건강’을 앞세워 제약업의 핵심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하게 식품 사업에 투자하는 곳으로 유한양행이 꼽힌다. 지난해 4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에 건강식품 브랜드인 ‘뉴오리진’ 스토어를 열며 식품 사업에 뛰어든 이후 현재까지 복합매장 9곳, ‘숍인숍(Shop In Shop·매장 안에 매장을 여는 것)’ 및 입점매장 16곳 등 25곳으로 매장을 늘렸다.

IFC몰 매장에선 홍삼과 녹용을 비롯해 비타민, 루테인, 프로바이오틱스 등 건강보조식품과 화장품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제품에 들어가는 원료를 활용한 음료와 음식을 파는 레스토랑 코너도 함께 운영 중이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뉴오리진 전 제품이 일본산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점이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뉴오리진을 출시할 때부터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안전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일본산 원료를 완전히 배제해 왔다”고 말했다.

뉴오리진의 성과에 유한양행은 담당 사업부를 독립 법인 형태로 분사하는 ‘스핀오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가 되면 그동안 유한양행의 ‘기타 매출’로 분류됐던 뉴오리진 매출도 최초로 공개된다. 그간 유한양행의 기타 매출은 2017년 120억 원에서 지난해 153억 원으로 27.3%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105억 원을 벌어들이는 등 급성장하는 추세다.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제품으로 잇따라 ‘대박’을 친 광동제약은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말 ‘광동약선’이란 브랜드를 내고 △쌍화 갈비탕 △옥수수수염 우린 우렁 된장찌개 △헛개 황태 해장국 △연잎 우린 약콩 들깨탕 △돼지감자 우린 짜글이 등 5개 제품을 선보였다. 모든 제품에 진쌍화 진액, 헛개나무 열매 등 원료를 함유해 제약회사의 정체성을 살렸다. 음식과 약은 똑같이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철학을 담았다는 게 출시 당시 회사 측 설명이다.

숙취해소 음료 시장에선 제약업체들이 단연 강세다. 1992년 CJ헬스케어가 ‘컨디션’을 시장에 내놓은 이후 동아제약(모닝케어), 광동제약(헛개수), 한독(레디큐) 등이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올해 보톡스 제조사로 알려진 메디톡스도 숙취해소 제품인 ‘칸의 아침’을 내놓고 숙취해소 음료 시장 경쟁에 가세했다.

제약업체들이 식품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까닭은 기존 제약 시장은 정체인 데다 신약 개발은 단기간에 승부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식품 시장은 건강기능성, 간편식 중심으로 새로운 수요가 늘고 있어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용이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식품업 진출이 제약업체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와 수익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신약 개발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면 제약업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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