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돌연사’ 공포… “심폐소생술 배워두세요”

박성민 기자

입력 2019-02-14 03:00 수정 2019-02-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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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인들마저 근무 중 과로로 숨지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예고 없이 찾아오는 죽음, ‘돌연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심혈관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 과로로 신체의 균형이 무너지면 급성 심장정지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환절기에는 큰 일교차로 심장이 느끼는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면 심장과 뇌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4%나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도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심장 건강을 위협할 수 있어 외출 시 주의해야 한다.


○ 한 해 2만여 명 ‘예고 없는 죽음’

돌연사는 의학적으로 정확한 수치가 잡히지 않는다. 다만 급성 심근경색 등 갑자기 심장이 멈춰 숨지는 경우를 대개 돌연사로 분류한다. 보건당국은 한 해 2만 명가량이 돌연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자살로 목숨을 끊은 사람(2017년 기준 1만2463명)보다 많은 수치다.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은 나이에 따라 나뉜다. 대개 40대 이상에서는 심장동맥이 좁아져 심장에 피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이 심장 정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젊은층에서는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흔히 발견된다.

가장 위험한 것은 ‘건강 과신’이다. 심장 혈관은 수년간에 걸쳐 천천히 좁아지기 때문에 대개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이 심하지 않고 가벼운 구토에 그치거나 소화가 안 되는 것으로 여겨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위험 신호는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혈전이 달라붙어 혈관을 막으면 가슴을 쥐어짜는 극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노태호 가톨릭대 의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혈관이 좁아지면 가슴이 뻐근하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가쁜 증상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환자에 따라 전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돌연사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세대 의대 정보영 교수팀이 인공 심장박동기를 삽입한 환자 160명의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10μg(마이크로그램) 올라갈 때마다 부정맥 위험은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몸 안에 들어온 미세먼지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몸의 밸런스를 깨뜨리면 부정맥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 급성 심장정지, 골든타임은 ‘4분’

돌연사를 예방하려면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술과 담배, 기름지고 짠 음식을 피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심장 기능을 평가해 하위 35%가량을 돌연사 ‘위험군’으로 구분한다.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은 평소에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이미 심장마비가 발생했다면 4분 내에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 4분을 넘기면 뇌가 손상돼 생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이후 병원에 옮기더라도 손쓸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행히 급성 심장정지 환자의 생존율은 2006년 2.3%에서 2017년 8.7%로 높아졌다. 뇌기능 회복률도 같은 기간 0.6%에서 5.1%로 올라갔다.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 활용이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존율은 여전히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서울(12.7%)과 울산(11.4%) 등 대도시와 경북(4.1%)과 전남(5.1%) 등 지방의 생존율 격차도 크다.

최근에는 많은 아파트단지와 공공장소에 자동제세동기가 비치돼 있다. 쓰러진 사람을 발견하면 먼저 기도를 확보하고 119에 신고한 뒤 심폐소생술이나 자동제세동기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태호 교수는 “병원 도착 전 심폐소생술로 응급처치를 하면 생존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환자를 발견한 가족이나 주위사람의 대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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