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끈끈이에 옴짝달짝 못하던 족제비

노트펫

입력 2019-01-22 18:10 수정 2019-01-2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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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쥐를 잡기 위해 설치한 끈끈이에 걸려든 족제비 구조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새해를 앞둔 지난달 28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 족제비 구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공주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이 신고한 것입니다. 이 주민이 쥐를 잡기 위해 끈끈이를 설치했는데 쥐 대신 족제비가 붙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나중에 보니 그 끈끈이에는 쥐가 한 마리 붙어서 죽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쥐를 사냥하기 위해 나섰다가 함게 묶여 버린 걸까요?

센터 직원들이 출동해 보니 그 주민분은 족제비에 세숫대야를 씌워둔 상태였습니다. 어둡고 조용한 곳이면 조류든, 포유류든 대부분 안정을 취하고 흥분으로 인한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센터에서는 출동에 앞서 이점을 설명하면서 "도망치지 못하게 어둡고 조용한 곳에 보호해주세요"라고 한다는데요, 그 주민분의 눈에는 세숫대야가 눈에 띄었던 모양입니다.

센터로 이송된 족제비. 지난해 여름 태어난 어린 개체로 판단됐습니다. 끈끈이에 걸린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체력은 양호했고, 끈끈이도 그렇게 심하게 붙어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끈끈이를 제거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족제비였습니다. 체력이 있는 족제비가 협조할 턱이 없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센터 직원들은 호흡마취도구를 꺼내들었습니다.

끈끈이는 족제비의 하체와 꼬리 부분에 집중적으로 붙어 있었고 다른 부분엔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았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그게 1시간입니다. 그것도 직원 둘이 붙어서요. ^^

끈끈이가 심하게 붙어 있었다면 반나절은 너끈하게 걸렸겠네요. 피부가 벗겨지는 외상도 없었습니다.

"이 녀석은 다행히도 끈끈이에 붙어 조난당한 케이스치고 굉장히 양호한 편이었습니다." 센터 직원의 설명입니다. 끈끈이에 걸리면 피부가 찢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합니다.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 끈끈이는 네 발 달린 짐승만 걸려들까요? 결코 아닙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다고 합니다. 참새 7~8마리가 끈끈이 하나에 붙어 있었는데요. 그 참새들을 사냥하기 위해 달려든 맹금류 한 마리도 끈끈이의 제물이 됐습니다. 이 녀석들은 구조되긴 했지만 폐사했다고 합니다.

끈끈이를 제거한 족제비는 어떻게 됐을까요. 며칠 센터에서 먹고 쉬면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였는데요. 다음날 그새를 못참고 쇠창살을 뜯고선 탈출을 감행했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날 밤에는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그래도 센터 직원들에게 인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구조 닷새째인 올해 1월2일 족제비는 다시 야생으로 돌아갔습니다.

철장의 문을 열어주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가는 이 녀석의 모습에 재활를 맡았던 직원들은 '헉, 저렇게 빨랐어!'하며 감탄을 연발했다고 합니다. 아쉽기도 했지만 그래도 센터에서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것을 증명해 보인 셈이었습니다.

몇몇 유해동물을 잡기 위해 설치한 덫에 다른 동물들까지도 희생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표적 동물 외에 다른 동물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최소, 최적의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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