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설원… 쾌감보다 안전이 먼저

홍은심기자

입력 2018-12-19 03:00 수정 2018-12-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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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스포츠

스키장에서 부상을 방지하려면 운동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보호대를 꼭 챙겨야 한다. 고글 등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고 자외선 차단제와 보습제는 충분히 발라준다. 동아일보DB
스키 시즌이 돌아왔다. 설원을 누비는 짜릿한 쾌감 때문에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보다 더 난도 높은 코스를 선택하거나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자칫 부상을 당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영하의 날씨에는 관절이 굳어 작은 충격에도 크게 다칠 수 있다.

스키장 부상 막으려면 보호 장비 필수

스키는 하체 부상이 많고 스노보드는 상체 부상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포츠의학저널에 버몬트주 스키장에서 18년간 스키장 부상자 1만1725명을 조사한 결과 스키는 무릎(33%), 손바닥(6.6%), 어깨(6.4%) 순서로 부상 유형이 많았고 스노보드는 손목(20.4%), 어깨(11.7%), 발목(6.2%) 순으로 많이 나타났다. 하체의 움직임이 많고 회전이 많은 스키의 특성상 하체, 특히 무릎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스노보드는 두 발이 보드에 고정돼 있어 안정적이지만 폴대가 없어 넘어질 경우 손을 포함한 상체 부상의 위험이 크다.

스키로 인한 대표적인 부상으로는 ‘십자인대파열’을 꼽을 수 있다. 방문석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스키와 다리 방향이 틀어진 상태에서 넘어지면 무릎이 과도하게 비틀어져 십자인대나 내외측 인대에 손상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스키를 신고 발이 지면에 닿은 상태에서 충돌이나 외부의 힘을 받으면 과도하게 회전하거나 중심을 잃기 쉽다.

십자인대가 파열되면 손상 부위가 붓고 심한 무릎 통증이 발생한다. 방치하면 허벅지뼈와 정강이뼈를 연결하는 십자인대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연골판까지 손상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방 교수는 “스키 동작 중 원하지 않는 동작을 제어하려면 하지 근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도 양발이 보드에 묶여 있는 만큼 부상 위험이 크다. 스노보드는 수직 방향으로 앞뒤로 넘어지다가 겪게 되는 손목 골절 부상이 흔하다. 넘어지면서 손으로 땅을 짚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충격이 팔 전체로 전해지면서 팔, 어깨까지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스노보드는 리프트 탑승 때 안전상 한 발을 장비에서 분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상에 도착해 내리는 과정에서 제어와 조정이 쉽지 않아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특히 초보자들은 서두르지 말고 주변을 잘 살펴 충돌사고를 피해야 한다.

스키장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선 운동 전 충분한 스트레칭을 통해 근육을 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속도감 있게 내려오다가 갑작스럽게 방향을 트는 동작은 삼가야 한다. 타다가 균형을 잃었을 때는 손으로 땅을 짚는 대신 다리를 들고 몸통 전체를 이용해 미끄러지듯 넘어져야 충격을 완화하고 부상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

손목 보호대나 헬멧, 무릎 보호대 같은 보호 장비를 꼼꼼히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방 교수는 “스키장은 기온이 낮기 때문에 이를 위한 한랭질환 예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동상 예방을 위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방한기능이 뛰어난 옷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구건조증’ 주의… 고글 착용과 휴식 필요

스키장에 쌓인 흰 눈의 자외선 반사율은 80% 이상으로 여름철보다 약 4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여기에 직접 받는 태양광선까지 더해져 시신경에 쏟아지는 자외선의 양은 증가한다. 겨울에는 건조한 대기와 찬 바람으로 안구 표면이 약해져 있는데 이처럼 강렬한 자외선과 태양광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각막에 화상을 입는 ‘설맹증’의 위험이 높아진다.

설맹증이 발생하면 눈이 시리고 눈물이 흘러 눈을 뜨기 힘들어진다. 일시적으로 시력 저하가 발생하고 두통과 심한 피로감이 동반되기도 한다. 각막의 세균 감염과 염증이 심해질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스키장은 흰 눈뿐만 아니라 매섭게 부는 찬바람도 유의해야 할 대상이다. 산속에 위치한 스키장은 도심보다 바람의 강도가 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몸이 흔들릴 정도로 바람이 강한데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하면 안구에 닿는 바람의 세기는 더 강해진다. 이처럼 차갑고 매서운 바람에 안구가 장시간 노출될 경우 눈물은 점점 마르고 안구는 건조해진다.

야외 스포츠를 즐길 때는 자외선을 99% 이상 차단해주는 고글을 착용해야 한다. 고글 렌즈의 농도가 너무 짙으면 오히려 동공을 키워 자외선 유입을 증가시키므로 눈동자가 들여다보일 정도의 렌즈를 택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이 강한 낮 12시∼오후 2시 사이에는 가급적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류익희 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은 “겨울에 쌓인 하얀 눈은 눈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야외활동 중 눈이 많이 시리다면 잠시 실내로 들어가 자외선과 바람으로부터 눈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외선 차단제, 선택 아닌 필수

하얀 설원에 반사되는 강렬한 자외선은 피부에도 자극을 준다. 자외선에 과다 노출될 경우 피부에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붉고 따가운 일광화상을 입을 수 있다. 초기 증상으로는 피부가 빨개지고 열감이 느껴지면서 따끔거리는 느낌이 있다. 심한 경우 물집이 생기고 피부가 벗겨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자외선은 기미, 주근깨와 같은 피부 색소 질환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심하면 피부암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서는 피부 장벽을 강화할 수 있는 수분크림과 피부 타입에 맞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하게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차단지수가 SPF30 이상 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무엇보다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스키를 타고 난 후에는 보습크림을 발라 자극받은 피부를 진정시켜 주는 것이 피부 밸런스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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