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 때 입자 큰 독성물질 걸러내는 게 중요”
조건희 기자
입력 2018-12-13 03:00 수정 2018-12-13 14:31
콜린 허치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
○ 초고령사회 한국, 혈액투석 환자 세계 2위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만성 콩팥병을 일으키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늘어난다. 한국은 이미 콩팥병과 혈액투석 환자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신장데이터시스템(USRDS)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투석 환자 수는 한국이 1464명으로 미국(1582명)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반면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받는 환자는 전체 혈액투석 환자의 1% 수준이다. 콩팥병 환자 대다수가 콩팥 이식을 받지 못한 채 한 번에 4시간가량 걸리는 혈액투석을 매주 3차례, 남은 생애 동안 받아야 하는 것이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의 증가가 국가 의료비 지출에도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혈액투석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는 2조5000억 원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줄 수 있는 예산(2조1627억 원)보다 더 많다.
○ 힘든 혈액투석 이후 건강 악화
혈액투석 환자가 빠르게 늘고,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혈액투석의 효과다. 체외투석기인 인공콩팥의 투석막(필터)이 입자가 큰 독성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베타-2 마이크로글로불린’과 간 독성을 지닌 ‘미오글로빈’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혈액투석 치료 후 사망원인 중엔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비중이 45%로 가장 많다.
독성물질이 쌓이면 환자들은 쉽게 피곤해하거나 근력이 줄어든다. 허치슨 교수가 진료한 환자들이 자주 호소한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몸속 노폐물이 피부를 자극해서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 등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을 해도 몸이 서서히 나빠지는 탓에 환자의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큰 독성물질도 걸러내야 합병증 예방
허치슨 교수는 최근 10년간 입자가 큰 독성물질을 더 잘 걸러내는 필터를 쓴 ‘확장 혈액투석 치료법(HDx)’을 연구해 왔다. 몸에 필요한 ‘알부민’ 등 단백질은 유지시키면서 다른 독성물질은 2∼5배 수준으로 걸러내는 신기술이다.
HDx를 혈액투석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하지불안증후군(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직여 중간에 깨는 증상)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6분간 걷기’ 시험에선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50m 이상 더 걸을 수 있었다. HDx는 지난해 초 국내에 들어왔지만 이를 도입한 병원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들은 반드시 의료진이 권하는 대로 달거나 짠 음식을 줄이고, 소변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중증 콩팥병 환자는 입자가 큰 독성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는 치료법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콩팥병 분야 권위자인 콜린 허치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명예부교수가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혈액투석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콩팥은 ‘혈액 정수기’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으로 콩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액 속 독성물질이 몸에 쌓여 장기가 망가진다. 지난해 말기 콩팥병 환자 7만3059명이 이를 막기 위해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다. 콜린 허치슨 뉴질랜드 오타고대 명예부교수는 “한국은 고령화가 매우 빨라 어느 나라보다 콩팥병과 혈액투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치슨 교수는 뉴질랜드 호크스베이 의료위원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뉴질랜드신장학회 의학이사를 맡고 있는 혈액투석 치료 분야 권위자다. 그를 5일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초고령사회 한국, 혈액투석 환자 세계 2위
한국은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한다. 고령화가 심화될수록 만성 콩팥병을 일으키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늘어난다. 한국은 이미 콩팥병과 혈액투석 환자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신장데이터시스템(USRDS)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0만 명당 투석 환자 수는 한국이 1464명으로 미국(1582명)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반면 뇌사자의 콩팥을 이식받는 환자는 전체 혈액투석 환자의 1% 수준이다. 콩팥병 환자 대다수가 콩팥 이식을 받지 못한 채 한 번에 4시간가량 걸리는 혈액투석을 매주 3차례, 남은 생애 동안 받아야 하는 것이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의 증가가 국가 의료비 지출에도 큰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혈액투석에 따른 건강보험 진료비는 2조5000억 원이었다.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 원씩 아동수당을 줄 수 있는 예산(2조1627억 원)보다 더 많다.
○ 힘든 혈액투석 이후 건강 악화
혈액투석 환자가 빠르게 늘고,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혈액투석의 효과다. 체외투석기인 인공콩팥의 투석막(필터)이 입자가 큰 독성물질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베타-2 마이크로글로불린’과 간 독성을 지닌 ‘미오글로빈’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혈액투석 치료 후 사망원인 중엔 급성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비중이 45%로 가장 많다.
독성물질이 쌓이면 환자들은 쉽게 피곤해하거나 근력이 줄어든다. 허치슨 교수가 진료한 환자들이 자주 호소한 증상은 가려움증이다. 몸속 노폐물이 피부를 자극해서다. 이런 상태가 이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져 세균 등 병원체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을 해도 몸이 서서히 나빠지는 탓에 환자의 상실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큰 독성물질도 걸러내야 합병증 예방
허치슨 교수는 최근 10년간 입자가 큰 독성물질을 더 잘 걸러내는 필터를 쓴 ‘확장 혈액투석 치료법(HDx)’을 연구해 왔다. 몸에 필요한 ‘알부민’ 등 단백질은 유지시키면서 다른 독성물질은 2∼5배 수준으로 걸러내는 신기술이다.
HDx를 혈액투석 환자에게 적용한 결과 하지불안증후군(자다가 무의식적으로 발을 움직여 중간에 깨는 증상) 위험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등 효과가 나타났다.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6분간 걷기’ 시험에선 환자들이 평균적으로 50m 이상 더 걸을 수 있었다. HDx는 지난해 초 국내에 들어왔지만 이를 도입한 병원은 아직까지 많지 않다.
허치슨 교수는 “혈액투석 환자들은 반드시 의료진이 권하는 대로 달거나 짠 음식을 줄이고, 소변량이 줄어들기 시작한 중증 콩팥병 환자는 입자가 큰 독성물질까지 걸러낼 수 있는 치료법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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