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 피워도 괜찮나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8-08-17 03:00 수정 2018-08-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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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연구 결과 엇갈려 소비자 혼란

올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이 일반담배와 비슷하고 타르 함유량은 일반담배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전자담배로 갈아탄 흡연자들은 “믿을 수 없다”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진실을 둘러싼 공방은 지금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는 대신 찌거나 니코틴이 포함된 전용 액체를 가열해 증기를 낸다. 전자담배 회사들은 처음부터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유해물질이 적다는 점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끌어들였다. 일반담배보다 니코틴 함유량이 적어 중독성이 낮고, 담배 연기에 들어 있는 타르나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알데히드 등 유해 물질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는 전자담배가 흡연자들의 금연을 도와준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런 전자담배 회사들의 주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 논문도 다수 발표됐다. 스티븐 헥트 미국 미네소타대 의대 교수팀은 일반담배를 최소 두 달간 피운 적이 없는 전자담배 사용자 28명의 소변 성분을 분석한 결과, 니코틴과 1-하이드록시피렌 등 VOCs가 일반담배 흡연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014년 국제학술지 ‘니코틴 앤드 토바코 리서치’에 발표했다. 나자 말로크 독일 연방위해평가원 연구원팀은 전자담배의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증기에 포함된 알데히드 함유량은 일반담배 연기보다 80∼90% 적고 VOCs는 97∼99%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올해 5월 국제학술지 ‘톡시콜로지’에 밝혔다. 전자담배의 금연 효과가 20%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015년 미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전자담배는 금연을 돕기는커녕 흡연자를 오히려 늘리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한 해 동안만 25만 명이 넘는 비흡연 청소년이 전자담배 사용자가 됐고, 이 중 일부는 일반담배 흡연자로 옮겨갔다. 대부분은 TV나 인터넷 광고를 통해 전자담배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자담배를 통한 니코틴 흡입량이 적다고 중독성이 낮다고 볼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에는 전자담배에서 포름알데히드와 카드뮴, 납 같은 중금속 등 유해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고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데이비드 시켓 영국 버밍엄대 교수는 전자담배 전용 용액에 포함된 유해 물질들이 가열돼 증기가 됐을 경우 세포 독성이 더 강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13일(현지 시간) 영국의학저널(BMJ)을 통해 밝혔다. 시켓 교수는 “결과적으로 인체 세포에 전자담배 증기를 가했을 때 반응이 일반담배 연기를 가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반응 찌꺼기인 타르의 경우 국제적으로도 담배의 유해성을 평가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2015년 발표한 보고서 ‘담배 제품 규제의 과학적 근거’를 통해 “타르는 현재 기술로는 정확한 측정이 어렵고 유해 성분도 제각각이다. 타르 함유량이 1mg(밀리그램)으로 표기된 담배가 10mg짜리 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타르 함유량은 담배의 유해성을 가리는 확실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역시 ‘담배제품 지침’에서 같은 내용을 언급했다.

이 교수는 “전자담배의 타르와 일반담배의 타르에 어떤 유해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에 타르를 근거로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중 어느 게 더 낫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리언 네슬 미국 뉴욕대 식품영양보건학과 명예교수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계의 연구 결과조차 엇갈리는 이유는 아직 명확한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전자담배 회사가 직접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 결과는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자담배 회사들이 관련 연구 결과를 인용해 전자담배가 마치 건강에 큰 영향이 없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현혹시키지 않도록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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