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줄 타는 감독들… “비난도 괜찮다, 그래도 조롱은 아니다”

뉴스1

입력 2017-10-12 13:30:00 수정 2017-10-12 13:4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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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호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감독들의 고충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 News1

“이렇게 극단적인 일(죽음)이 발생했으니 사람들이 이해를 좀 해줄까요.”

한 K리그 현직 감독은 허탈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0일 급성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조진호 부산 아이파크 감독을 떠올리며 전한 이야기에는 일반인들을 잘 알지 못하는, 코치와 선수들조차 이해하기 힘든 ‘감독’만의 고충이 담겨져 있었다.

조진호 감독의 부고에 축구계 전체가 비통함에 빠져 있다. 부산 구단은 지난 10일 “조진호 감독이 오늘 아침 숙소에서 나와 클럽하우스로 이동하던 중에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평소에 늘 밝은 표정과 씩씩한 말투로 주위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선사했던 젊은 지도자였고 성적(K리그 챌린지 2위, FA컵 4강 진출 중)도 좋았기에 그의 죽음은 정말이지 믿기지 않았다.

현역 K리그 감독들 중 가장 선배인 최강희 전북현대 감독은 “그렇게 밝은 사람이 안으로 많은 것을 쌓아두고 살았던 것”이라고 침통한 표정을 지은 뒤 “감독들이 그렇게 스트레스를 담아두면 힘들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 스스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식을 마련해야 한다”고 아파했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얼마 전에 다른 팀 경기를 일반 관중석에서 보다가 양팀 벤치를 유심히 살핀 적 있다. 지고 있는 팀 감독이 경기를 뒤집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게 위에서 다 보이더라. 그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면서 “그 간절함은 다른 이들이 알기 힘들다. 1경기 할 때마다 그야말로 진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올 시즌 중 감독대행 직함을 달고 지휘봉을 잡고 있는 박효진 강원FC 감독대행은 “아직 경험이 많지 않기에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하게 깨달았다. ‘선배 감독들이 정말로 어렵고도 고독한 일을 하고 있구나’ 뼈저리게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기본적으로 힘이 드는데, 요새는 시쳇말로 자괴감이 드는 일들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먼저 “감독이라는 직업 특성상 욕을 먹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게 우리의 운명이고 숙명”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도 아니다. 비난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조롱’은 아니지 않는가”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역시 가장 심각한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가는, 인터넷이나 SNS 공간에서 익명을 무기로 쏟아지는 비수들이다. 욕설은 양반이다. 인격모독은 물론이고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힘든 끔찍한 발언들도 서슴없다.

조진호 감독의 죽음과 관련된 기사들에 달린 어떤 댓글은, 가히 충격적이다. 경각심을 알리기 위해 대략 전하자면, 정몽규 축구협회장이나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이나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아니라 왜 조진호 감독이 세상을 떠났냐는 믿기 힘든 내용들도 있었다.

한 감독은 “사람들이 흔히 인터넷을 보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나는 당사자니까 괜찮다. 아내와 자식들도 보고 있다. 그런데 비난을 넘어 조롱과 악담이 쏟아지고 있다. 거의 저주”라고 한탄하며 “조진호 감독은 그래도 많은 사랑을 받던 지도자인데도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다. 부디 당부 드린다. 비난까지도 괜찮다. 그래도 사람 대 사람으로 도에 넘어서는 일까지는 삼가주셨으면 싶다”고 간절한 부탁을 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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