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단장 뒤 박스에 고이 버려진 4형제
노트펫
입력 2017-06-19 16:07 수정 2017-06-19 16:09
강아지 4마리를 박스에 담아서 버렸다.
'평생 가슴에 멍울이 질거다' 이렇게 저주를 퍼부어 보지만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지난 9일 강아지 4마리가 버려져 있다고 시청에서 연락을 받았다.
내가 일하는 보호소는 시의 구조 요청에 당연히 응하게 돼 있다.
대부분 지방자치단체는 유기동물 발견신고가 들어오면 위탁업체에 연락해 현장에 출동하도록 한다. 우리 보호소 역시 구조에 있어서 만큼은 그런 위탁업체 중 한 곳이다.
출동한 곳은 청주 도심 가경동의 한 원룸촌. 종이박스 안에 강아지 4마리가 담긴 채 사람들이 지나갈 때마다 낑낑 대고 있었다.
이들 강아지는 바로 미용을 마친 듯 아주 말끔한 모습이었다. 세 마리는 깨끗하게 옷까지 입혀 있었다. 말티즈 세 마리는 형제로 추정됐다.
보호소로 데려온 뒤 처음엔 아마 사정이 있어 잠깐 밖에 내놓은 것을 누가 신고했겠거니 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유기동물 공고가 나면 찾으러 오리라는 희망도 걸어 봤다.
하지만 공고 기한(22일)이 다 돼 가는 지금도 감감무소식이다. 또 이렇게 버려졌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녀석들에겐 원래 이름 대신 '충북-청주-2017-00593' '충북-청주-2017-00594' '충북-청주-2017-00595' '충북-청주-2017-00596' 이런 차갑고, 불편한 이름이 붙어 있다.
버리는 측에서도 사정은 있었을 것이다.
하도 짖어대서, 그래서 이웃에서 계속 민원이 들어와서, 이사를 가야 해서, 이성 친구가 생겨서, 귀찮아져서, 안 이뻐져서, 본인이 아픈데 도저히 보낼 데가 없어서 등등 이유를 대고자 한다면 끝이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책임하게 길가에 방치해 두고 운에 맡기는 것은 언제 봐도 화가 치민다. 부디 지금이라도 마음 고쳐 먹고 불쌍한 아가들 상처받지 않게 해줬으면 좋겠다.
보호소에서 일하다보니 매일 유기동물을 보는 것이 일이다. 동물병원에서도 유기동물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10여년이 넘었으니 이제 면역이 될 법도 한데 여전히 그렇게 안된다.
반려견을 버리면 감옥에 보내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있다면 내 주변에 모든 이들 표를 다 주고 싶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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