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실명 막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7-02-22 03:00 수정 2017-02-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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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 발병유전자 제거… 황반변성 절반이하로 줄여

국내 연구진이 퇴행성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인 노인성 황반변성을 반영구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연구팀은 김정훈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과 공동으로 원하는 부위의 DNA만 정교하게 잘라 내는 ‘크리스퍼(CRISPR-CjCas9)’ 유전자 가위를 눈에 주입해 유전자를 교정한 결과 노인성 황반변성의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우리가 앞을 볼 수 있는 것은 안구 안쪽 황반에 상이 맺혀서다. 황반이 우리 눈의 스크린인 셈이다. 황반에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자라 황반으로 들어오는 빛을 가로막는 병이 노인성 황반변성이다. 안구 내 망막색소상피세포에서 신생 혈관을 형성하도록 자극하는 단백질(혈관내피성장인자)이 병적으로 늘어나 생긴다.

연구진은 생쥐의 눈에 인위적 자극을 가해 새 혈관이 늘어나도록 만든 뒤, 유전자 가위를 망막 아래에 주사했다. 1주일 뒤 유전자 가위를 주입한 생쥐의 황반에 늘어난 새 혈관의 양은 유전자 가위를 주입하지 않은 생쥐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나타났다. 혈관내피성장인자 유전자가 20% 이상 제거된 결과다.

유전자 가위는 체내 주입 후 72시간 내에 별다른 면역 반응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 기존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치료법과 달리 체외 교정 후 다시 주입하는 과정이 필요 없다. 발병 유전자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이라 효과가 반영구적이다. 기존 약물 치료법처럼 주기적으로 투약할 필요도 없다.

연구진은 수년 내로 전임상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김진수 단장은 “이번에 교정한 유전자는 생쥐뿐 아니라 인체에서도 동일하게 황반변성을 일으키는 유전자로 확인됐기 때문에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21일자에 게재됐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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