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느끼한 것 잔뜩 먹어도 살이 빠진다고? ‘케토제닉 다이어트의 허점’

입력 2015-12-01 16:35 수정 2017-01-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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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극도 제한해 지방 소모 유도
지방분해 과정서 ‘케톤’ 과잉 생성돼 어지러움·구역감 유발 우려


탄수화물을 끊어야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탄수화물은 몸매관리의 ‘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최근 배우 정유미는 탄수화물을 끊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체중감량을 위해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끊으면 오히려 요요현상이 와 체중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자칫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대표적인 탄수화물 제한 다이어트요법으로 ‘케토제닉 다이어트’(ketogenic diet, 일부선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꼽을 수 있다. 케토제닉은 몸을 ‘케토시스’(Ketosis) 상태로 머물도록 만드는 다이어트로 말 그대로 케톤체를 생성하는 다이어트법이라는 의미다. 탄수화물 섭취를 낮추고 다량의 지방과 적당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 페이스북 등 SNS에서 ‘먹을 것 다 먹고 다이어트 하는 방법’이란 내용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주형 국민대 스포츠건강재활학과 교수는 “케토시스 다이어트 등으로 탄수화물을 끊었을 때 체지방이 줄어드는 이론적 근거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이요법을 시행하면 인체는 주요 에너지원으로 지방을 더 많이 분해하고 산화시켜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면 초기에는 단백질이 분해되고, 이후 내장지방을 포함한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방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케톤(Ketone)’이라는 대사성 물질이 생기는데, 밥을 굶거나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개수가 늘어난다. 케톤은 수분 손실을 유발해 일시적으로 체중감량 효과를 낸다.

이 교수는 “다만 케톤은 산성을 띠고 있어 케톤증(케톤산독증)을 유발해 대사를 방해하거나 신장의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또 케톤이 증가하면서 수분손실이 심하면 탈수 증상이 나타나 적정 체수분량의 균형이 깨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때 근손실, 전해질대사 이상, 부종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컨디션 유지에 상당한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데 유의해야 한다”꼬 덧붙였다.

케톤증은 체내에 케톤체라는 부산물이 생성되며 유발되는 질환으로 흔히 당뇨병 환자들에게 합병증으로 나타난다. 잘못된 다이어트 식이요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비정상적으로 적거나 인슐린의 분비가 매우 적은 경우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본래 체중감량이 아닌 간질·치매 등 신경성질환,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식단으로 쓰였다. 이주형 교수는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부작용이 심해 최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며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법이 아닌 간질 환자의 발작을 줄이기 위한 다이어트법으로 개발돼 1920~1930년대 인기를 끌다 항경련제 약물이 도입되면서 사그라들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인슐린 분비 저하를 유도해 체중감량과 폭식증치료에 부수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1990년대에는 체중조절을 위한 식단으로 주목받았다. 마침 1990년대 중반 미국 앳킨스 박사가 주장한 ‘황제 다이어트’(앳킨스 다이어트)가 유행하며 ‘배고프지 않은 다이어트 요법’으로 재조명됐다.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고지방식을 한다는 데서 앳킨스 다이어트와 유사하다. 다만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계속적으로 탄수화물 없이 고지방식사만 하는 앳킨스 다이어트와 달리 어느 정도 주기를 두고 탄수화물을 섭취해 주는 데서 차이가 난다.

1990년대에는 이처럼 고지방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며 운동선수가 고지방식을 지키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연구 결과 지방섭취보다 탄수화물 섭취가 경기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보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2011~2012년 경 여성 커뮤니티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무리한 다이어트를 진행하면 대사 불균형이 발생해 몸이 상하거나, 탄수화물을 먹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주형 교수는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약 4주 안팎 단기간 시행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그 이상 지속하면 탄수화물 부족으로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날 우려가 높고, 심혈관질환까지 걱정해야 할 수 있다”며 “지방과 단백질을 주로 섭취하는 식단을 유지하는 만큼 고지방식이 지속되면 자칫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 섭취가 늘면서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케토제닉 다이어트에 나섰다 건강이 악화됐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직장인 이모 씨(27·여)도 취업준비 기간 몸매를 다듬기 위해 케토제닉 다이어트에 나섰다. 그는 2년 전 이 다이어트 방법을 접하고 6개월 남짓 열심히 따라하며 몸매 관리에 성공했다. 해외에서 시작됐다는 말에 정보가 많은 미국 사이트 등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 준비도 착실하게 했다. 크게 부작용이 없다는 데다 평소 기름진 식사를 선호해 ‘이거다!’하는 감이 왔다.

지방 위주의 식단인 만큼 양질의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 메뉴를 고르는 데에도 신경썼다. 운동하지 않고 먹는 것만으로도 관리가 되는 데다 다이어트 기간에는 피부가 좋아지고 살이 빠지며 전체적인 라인이 정리돼 만족했다.

문제는 다음해에 일어났다. 평소 건강체질로 여겼던 그녀는 언제부터인가 알수 없는 원인으로 컨디션이 저하되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멀미가 생기고, 가만히 앉아 있어도 어지럽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지속됐다.

증상이 지속되자 입원한 뒤 뇌자기공명영상(MRI)도 여러번 촬영했지만 아무런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몇 개월이 지나 증상이 조금 호전돼 취직할 수 있었지만 남들보다 병가를 자주 내 권고사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건강검진 이후 자신의 컨디션 저하의 주범으로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의심하게 됐다. 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정상 수치보다 낮고 보통 사람보다 염증이 잘 유발되는 상태였다. 이와 함께 ‘케톤증’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케토제닉 다이어트 후 몸에 케톤체가 늘면 중성지방 수치가 낮아지면서 자가면역질환을 발병하는 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

사실 케톤체는 일반인에서도 일부 검출된다. 에베 코지 일본 다카오병원 이사장(내과 전문의)는 “정상적인 탄수화물 식사를 하는 일반인에게도 케톤체가 일정 부분 검출된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에너지대사가 진행되며, 포도당을 계속 공급해줘도 골격근과 심장근은 관성적으로 지방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장은 생명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도 박동을 멈추면 안 되므로 모든 에너지원을 동원하게 돼 있다.

문제는 케톤체가 지나칠 경우다. 이때 저탄수화물 고단백 식단을 유지하면 영양균형이 깨지며 간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탄수화물이 주 에너지원이던 신체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단백질 부산물과 지방산 등이 간에서 케톤으로 전환돼 탄수화물을 대체한다.

이때 혈당을 조절해주는 호르몬 중 하나인 인슐린의 분비가 줄며 몸에 아미노산, 글리세린산 등 산성 부산물들이 증가한다. 이들 성분은 당으로 전환돼야 하는 만큼 간으로 가서 케톤체를 더 만드는 역효과를 낼 우려가 있다.

이같은 악순환에 의해 혈류에는 배출되지 못한 잉여 케톤들과 아세트산 같은 산성 부산물의 생성이 급증하며 정상적으로 7.4 정도의 pH(수소이온농도)를 유지해야 하는 혈액이 위험 수준인 7.3 이하로 떨어지며 케톤증이 나타난다.

이때 시큼한 체취가 유발되며, 호흡 시 과일향이 느껴지기도 한다. 산성화된 체내에서 세포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메스꺼움, 구토 등이 유발된다. 심한 경우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케톤에 의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체내 산성화는 세포를 약하게 만들거나 세포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약한 뇌세포가 공격받고 예민해지고 정신이 몽롱하거나 어지럽게 되며 최후엔 뇌사 상태에 이를수 있다.

이주형 교수는 “케토제닉 다이어트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전문가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무조건적으로 지방만을 섭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따라할 수는 있지만 리스크가 커 웬만하면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탄수화물이 무조건 ‘적’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과 장기가 움직일 때 쓰이는 에너지를 공급하며, 뇌와 적혈구의 에너지원으로도 쓰이는 중요한 영양소다. 적정량의 ‘좋은 탄수화물’의 섭취는 필수적이다.

좋은 탄수화물은 당 분자가 3개 이상 결합된 복합당으로 현미·통보리 등 곡류의 겉 부분에 많다. 양배추·브로콜리 같은 채소에도 풍부하다.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싶다면 통곡물을 많이 섞은 밥, 채소, 과일 등 자연식품을 적당량 골고루 먹는 게 좋다. 반면 나쁜 탄수화물은 당분자가 3개 미만으로 결합된 단순당으로 흔히 ‘3백’이라고 불리는 흰 쌀밥·밀가루·설탕 등이 포함된다.

취재 = 엠디팩트 정희원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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