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꽉 끼는 브래지어, 소화불량의 원인?

입력 2015-11-13 09:33 수정 2017-01-10 18:08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흉부 압박되며 복압 높여 위산 역류하기도
잘 때는 벗고 자야 가슴탄력 높이고 건강 챙긴다


남자는 절대 모르는 여자만의 편안한 시간은 바로 ‘외출 후 집에 돌아와 브라를 벗을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성의 속옷을 대표하는 브래지어는 기본적으로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속옷의 본연의 역할과는 거리가 멀다. 사실상 가슴 모양을 교정해 이상적인 실루엣을 조성하는 게 주 역할이다.

브래지어의 조상은 몸을 압박하는 코르셋이다. 브라가 출현하기 전에는 코르셋이 여성의 대표적인 속옷이었다. 고래뼈로 만든 코르셋 심탓에 착용하는 과정이 힘겨운 것은 물론 입고난 후에도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갑갑할 수밖에 없었다. 1889년 프랑스 여성 헤르미니 카돌이 코르셋의 아랫부분을 잘라 고무밴드를 활용한 최초의 브래지어를 내놓게 된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대중화되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남성 대신 여성이 공장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용적인 속옷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과정에서 브래지어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한국에는 1950년대에 속옷 회사가 등장하면서 알려졌다.

여성이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이유는 대개 ‘몸매교정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잘못된 착용 사례가 가장 많은 품목이다. 자신의 브래지어 사이즈를 정확히 알고 착용하는 여성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대다수 한국 여성은 브래지어를 통한 볼륨 증대 효과를 기대하지만 대부분 최적의 사이즈보다 작은 브래지어를 착용해 유방이 압박당하고 건강에 악영향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적절한 사이즈의 브래지어는 하루 종일 몸을 불편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가슴 모양까지 망치기 십상이다. 예컨대 △가슴 옆으로 군살이 잡히거나 △유방에 브래지어 자국이 남거나 △브래지어와 가슴 사이 공간이 들뜨거나 △브래지어 옆으로 가슴이 삐져나오거나 △어깨끈이 답답하거나 △두 팔을 들어 올렸을 때 브래지어가 따라 올라가는 현상 등은 모두 사이즈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유방이 압박돼 혈액순환과 림프액의 흐름이 저해되며 유방 내 독소들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다”며 “이런 경우 림프액 배출이 자유롭지 않아 유선염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림프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유선에 균이 자란 탓이다. 특히 유방에 염증이 있거나 수유 중인 여성이 조이는 브래지어를 오래 착용하면 유선염이 생길 위험이 커져 주의해야 한다.

흉부가 압박되면 소화불량, 역류성식도염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꽉 조이는 속옷은 복압을 높여 위산이나 위액 등이 역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한 경우 호흡곤란이 유발되기도 한다.
한 실험 결과 브래지어를 착용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혈류 흐름과 체열에서도 차이가 났다. 브래지어 끈이 몸을 조이는 현상이 심하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수족냉증이나 소화불량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피부를 귤껍질처럼 울퉁불퉁하게 만든다. 통풍이 제대로 되지 않아 피부염까지 나타날 수 있다. 꽉 끼는 속옷을 입게 되면 정상적으로 존재하던 지방 모양이 변형되며 이들 지방이 서로 눌리며 부종을 유발한다. 심한 경우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셀룰라이트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가슴건강을 생각한다면 브래지어를 낮시간 활동할 때에만 착용하고, 밤에는 벗어 가슴을 편안하게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한국 여성의 80%는 24시간 내내 브래지어를 착용한다. 잘 때조차 브라를 벗지 못하는 것은 이를 계속 입고 있어야만 가슴 모양이 예뻐지고 탄력이 유지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히려 브래지어가 가슴을 처지게 만든다는 연구도 있다. 장드니 루이용 프랑스 브장송대병원 박사팀이 1997~2013년 18~35세 여성 330명을 대상으로 브래지어 착용과 가슴 형태 변화를 조사한 결과 오히려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군의 가슴이 연간 평균 7㎜씩 높아졌다.

반면 브래지어를 착용한 여성군은 가슴 세포조직 성장이 방해돼 결과적으로 빨리 늘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용 박사는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진 실험으로 일반화하기엔 이르지만 가슴이 중력으로 처질 것이라는 상식과 반대로 오히려 브래지어를 착용하면 가슴이 처지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브래지어를 건강하게 착용하려면 자신의 정확한 사이즈를 알고 최소한의 시간만 착용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우선 유두를 지나게 잰 가슴둘레인 ‘컵사이즈’와 유방 아래를 기준으로 잰 가슴둘레인 ‘밴드사이즈’를 파악해야 한다.

윗가슴둘레인 컵사이즈에서 밑가슴둘레 밴드사이즈를 뺀 수치가 컵사이즈를 결정한다. 이 숫자가 5㎝ 이내면 AA컵, 7.5㎝ 이내면 A컵, 10㎝ 이내면 B컵, 12.5㎝ 이내면 C컵, 15㎝ 이내면 D컵, 17㎝ 이내면 E컵, 21㎝ 이내면 F컵으로 본다.

브래지어를 착용할 때에는 되도록 숙여 몸을 크게 앞으로 굽히면서 가슴을 컵에 맞춰야 편안하다. 선 채로 착용하면 가슴이 내려간 상태가 돼 브래지어 착장이 불안정하다.

성장기 소녀는 가슴이 성장·변화하는 시기인 만큼 와이어가 들어간 성인용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것보다 부드러운 면 소재의 주니어 전용 브라를 고르는 게 좋다.

취재 = 정희원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