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안 잔다. 리모컨 내려놔"..강아지에게 TV뺏긴 사연

노트펫

입력 2018-10-19 15:09 수정 2018-10-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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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TV를 시청하다 깜빡 졸고 있는 부모님 몰래 채널을 돌리려다 '안 잔다. 리모컨 내려놔라' 소리를 들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TV 앞에 편히 누워 리모컨을 손안에 쥐고 있는 행복은 사소하지만 쉽게 포기할 수 행복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소확행'을 강아지에게 빼앗긴 견주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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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18일 노트펫에 들어왔다.

강아지에게 TV를 빼앗긴 견주 유라 씨는 "누워서 TV를 보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아 리모컨을 합성해봤는데, 위화감이 1도 없다"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사진 속에는 TV가 가장 잘 보이는 명당자리 소파에 편하게 누워, 베개를 베고 담요까지 덮고 있는 강아지 '보리'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앞발에 들고 있는 리모컨은 유라 씨의 말처럼 위화감은커녕 원래 한 몸인 듯 더없이 자연스럽기만 하다.

유라 씨는 "편하게 누워 TV를 보고 싶어 소파를 구입했었다"며 "그런데 보리가 자기 집보다 소파를 더 좋아해서 그냥 보리에게 양보해줬다"고 말했다.

덕분에 유라 씨는 맨바닥에 누워 TV를 보는 신세다. 이뿐만 아니다. 채널 선정도 순전히 보리 위주다.

동물프로그램 열혈 시청자라는 보리는 특히 화면에 강아지가 나오면 눈을 떼지 못할 정도라고.

리모컨은 엄연히 유라 씨의 손안에 있지만, 채널은 '보리의, 보리에 의한, 보리를 위한' 선정인 것이다.

보리에게 TV를 빼앗겼지만 불만은커녕 어째 행복해 보이는 유라 씨.

"저 날따라 보리가 베개까지 베서 한쪽 볼이 찌그러진 채로 TV를 보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사진으로 남기게 됐다"며 "순간 누워서 TV 보는 나의 모습이 보여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더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앞발에 리모컨까지 합성하자 정말이지 자신과 똑 닮은 보리의 모습에 만족했다고.

시추와 포메라니안 믹스견 수컷인 보리는 2달 뒤면 5살 생일을 맞는다.

유라 씨는 약 5년 전 가정분양을 받으러 찾아간 시골집 대야 속에 있던 12마리의 새끼 중 하나였던 보리와의 첫 만남을 소개했다.

"다른 아이들은 다 시추나 포메라니안처럼 생겼는데, 보리만 조금 다르게 생겼었다"는 유라 씨.

"혼자만 다르게 생긴 모습으로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덜덜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며 "내가 이 아이를 지금 데려가지 않으면 얘는 아무도 데려가지 않겠다 싶어 원래 데려오기로 한 아이 대신 보리를 데려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 보리를 데려온 게 나에게도 보리에게도 참 다행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쉬를 하는 모습이 이 세상 멋짐이 아닐 정도로 정말 멋있다"며 보리에 대한 자랑이 끊이질 않던 유라 씨의 모습에서는 보리를 향한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유라 씨는 보리와 가족이 되고 혼잣말이 늘었다. 보리에게 사소한 말이라도 건네며 더 많이 교감하기 위해서다.

보리도 유라 씨의 따뜻한 음성을 놓칠세라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한다.

"평소에도 많이 중얼중얼 말하지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얘기를 전하고 싶다"는 유라 씨.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나에게 와준 것도 나와 함께 사는 것도, 나만 바라보는 것도 모두 한없이 고맙다"며 "앞으로도 좋아하는 공놀이 하면서 오래오래 건강하게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따뜻한 바람을 전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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