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동아/칼럼]클라우드 기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데이터 창고’ 아닌 ‘AI 두뇌’ 만드는 첫걸음

동아일보

입력 2017-08-23 03:00 수정 2017-08-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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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우리에게는 충격적인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인공지능이라 부르는 AI 알파고와 바둑계의 스타 이세돌이 펼친 세기의 대결이다. 알파고 신드롬이라 불릴 만큼 주목받았던 이 대결은 자체만으로도 화제가 됐을 뿐만 아니라 알파고의 승리로 끝나며 4차 산업혁명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줬다.

인공지능은 이제 단순한 계산을 넘어 논리적인 영역에서도 인간의 능력을 앞서고 있다. 앞으로 적용 분야의 확산뿐 아니라 성장의 속도도 우리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빠를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의료가 아닐까 예상한다. 이미 병원에서는 IBM사의 왓슨이라는 AI가 암 치료 현장에서 의료진을 도와 양질의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도움으로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으며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서 우리 기업이나 병원의 이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우리가 힘들게 이뤄낸 정보기술(IT) 산업에서의 선도적 지위가 4차 산업혁명의 변곡점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자칫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답은 의료 빅데이터에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병원들은 세계 최고의 임상 능력은 물론 다른 국가들과는 다른 건강보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체계를 바탕으로 국가 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기본 데이터와 더불어 생활 습관과 유전자 데이터까지 분석, 수집한다면 의료 체계를 바꿀 수 있는 최초의 의료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의 AI 닥터를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의료장비 및 기기 등 의료 산업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는 정밀의료 분야의 두 가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 정밀의료 기반의 암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과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을 선정하고 의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정밀의료는 궁극적으로 방대하게 축적된 의료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 개개인에 대한 유전자 맞춤형 의료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고려대 의료원에서 정부와 함께 추진하는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 사업단’은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 분석하는 방법, 의료서비스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 개발을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의료기관들에서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도 개발할 예정이다.

병원정보시스템은 정밀의료의 토대가 되는 빅데이터를 담기 위한 표준 그릇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정밀의료를 위한 임상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운동습관, 식습관, 음주습관 등 다양한 라이프 로그(Life Log), 즉 생활 기록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를 진료에 활용함으로써 질병을 미리 예측하고 예방하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개발이 가능해지고 현재 IBM과 구글이 선점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장에 우리가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될 것이다.

정밀의료는 데이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분석도 서비스도 결국 고품질의 데이터가 있어야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정밀의료를 위한 명확한 의학적 근거는 데이터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라는 말과 같이 정밀의료의 실현에서 정보의 정확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은 단순히 데이터를 축적하는 창고가 아니라 고품질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밀의료를 실현시킬 수 있는 중요한 플래폼이자 첫 시작인 것이다. 정밀의료는 먼 미래의 가치가 아니라 곧 다가올 미래이다. 그리고 그 미래를 이끌 첫 단추, P-HIS 시스템이 잘 마무리된다면 의료계의 큰 변화를 우리가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헌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개발 사업단장(고려대 안암병원 연구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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