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출산금, 세종 120만원 vs 대전 0원

조건희기자

입력 2017-06-28 03:00 수정 2017-06-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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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시도 출산장려예산 들여다보니

지난해 대전 유성구에서 첫째 아이를 낳은 신모 씨(34·여)에게 세종시 주민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대전에선 첫째는 0원, 둘째를 낳아야 시로부터 출산장려금 30만 원을 받을 수 있지만 세종시에선 첫째만 낳아도 1명당 120만 원을 지원받기 때문이다. 신 씨는 “지원금 때문에 아이를 낳는 건 아니지만 차로 10분 거리인 옆 동네와 혜택이 이렇게 다르다니 ‘이사를 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27일 발간한 ‘우리 동네 출산장려책’에 따르면 정부가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실시하는 무상보육 등 외에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거주민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시행한 출산장려책은 지난해 총 1499건, 투입 예산은 2424억8100만 원이었다. 이는 각 지자체가 복지부에 보고한 임신 출산 양육 결혼 지원 사업을 전부 합한 것이다. 전국의 가임기(15∼49세) 여성 수로 나누면 1명당 1만9070원이 돌아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처럼 가임기 여성 1명당 평균 출산 지원금을 17개 시도별로 분석해 보니 세종시는 7만3097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아이의 출생 순위와 관련 없이 출산장려금 120만 원을 일시금으로 지급할 뿐 아니라 가정 내 산후조리 10일 이용비 45만 원, 임신 16주 이전 기형아 검사와 20주 이후 초음파 검사비 2만 원을 당국이 대신 내주는 등 현금성 지원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같은 혜택을 받은 세종시 거주 임산부 및 학부모는 5627명이었다. 전남과 충북은 1명당 평균 지원금이 5만2493원, 5만909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광주는 평균 지원금이 7917원으로 세종시의 9분의 1 수준이었다. 동구를 제외한 지역에선 출산장려금이 첫째 5만 원, 둘째 15만∼25만 원, 셋째 55만∼105만 원 등으로 세종시와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아이 돌봄 서비스의 정부 지원 분량(연 480시간)을 전부 소진한 가정에 48시간을 추가로 주는 사업도 벌였지만 수혜자가 248명에 그쳤다. 이처럼 1명당 평균 지원금이 가장 적은 지역은 광주, 서울(8310원), 대전(9351원), 부산(1만325원) 순이었다.

이는 실제 지역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 격차로 이어졌다. 세종시의 출산율은 2013년 1.44명에서 2015년 1.89명으로 올라 17개 시도 중 가장 높았고, 전남과 충북도 2015년 기준으로 각각 1.55명, 1.41명을 기록해 상위권이었다. 반면 서울(1명) 부산(1.14명) 광주(1.21명) 대전(1.28명)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복지부는 출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가 지역 내 가임기 부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예비 부모들의 전입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합계출산율이 2.46명으로 전국 시군구 중 가장 높았던 전남 해남군은 출산 축하용품 제공, 신생아 작명, 땅끝 아빠캠프, 신생아 신문 게재 등 차별화된 정책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복지부는 지자체 출산정책 담당자와 각 지역 주민이 참고할 수 있도록 사례집을 홈페이지(www.mohw.go.kr)에 공개하는 한편으로 올해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에는 ‘저출산 정책 우수 지자체’를 선정해 포상할 방침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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