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슈트’ 입고 가뿐하게 걷고 뛴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9-08-16 03:00 수정 2019-08-1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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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연구팀 ‘5kg 엑소슈트’ 개발
허벅지 부착된 센서로 보행조절… 소방관 등 특수직 작업 보조 기대


한 남성이 걷기와 달리기를 동시에 보조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엑소슈트’를 입고 달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제공
인간의 고된 일을 보조하거나 장애인 재활에 도움을 주는 이른바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 연구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다양한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은 지금까지 없었다. 예컨대 하반신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중 걷기와 달리기를 동시에 보조할 수 있는 로봇은 아직 없다. 한미 공동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걷기와 달리기를 모두 도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코너 월시 미국 하버드대 기계공학과 교수와 이기욱 중앙대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걷기와 달리기를 함께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엑소슈트’를 개발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5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김진수 미국 하버드대 전기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도 제1저자로 연구에 참여했다.

다리에 착용하는 웨어러블 로봇 연구는 의료용과 일반인용으로 나뉜다. 일반인용 웨어러블 로봇 연구는 뛰거나 걸을 때 소모하는 신진대사 에너지를 줄이는 게 목표다. 힘을 덜 들이면서 걷거나 달리도록 한다는 의미다.

걷는 것과 뛰는 것은 서로 다른 근육을 사용하고 주로 사용되는 관절이 다르기 때문에 동시에 구현하는 게 쉽지 않다. 걷기와 달리기 동작을 모두 한번에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 개발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렇다할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다.

김진수 연구원과 이기욱 교수(당시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는 2017년 바지처럼 입고 달리는 로봇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걷기와 달리기를 동시에 보조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개발한 엑소슈트는 관성측정장비(IMU)라는 센서 기술이 핵심이다. IMU는 엑소슈트에서 양 허벅지 앞쪽과 배에 부착된 센서로 각 관절의 각도나 가속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착용자가 걷고 있는지 뛰고 있는지를 파악해 상황에 맞춰 작동한다.

김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은 99.99%의 정확도로 착용자의 보행 동작을 파악해 걷기와 달리기를 보조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일반인 9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실험 참가자 9명이 엑소슈트를 입고 걷기 및 달리기를 한 결과 착용자의 에너지 사용량이 각각 9.3%, 4.0%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연구원은 “같은 거리를 걷거나 달릴 경우 마치 체중을 6∼7kg 감량했을 때 느끼는 에너지 소모 효과와 유사하다”며 “실내외 환경 모두에서 정상 가동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엑소슈트의 전체 무게는 5kg에 불과하다. 착용하고 걸을 때는 약 60∼70W(와트), 뛸 때는 90∼100W의 전기에너지가 소모된다. 전기에너지는 엑소슈트에 부착된 48V(볼트) 3.7Ah(암페어시) 용량의 배터리를 통해 공급받는다. 배터리를 완충할 경우 약 8∼10km의 거리를 걷거나 뛸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엑소슈트는 군장을 메고 산악길을 행군하는 군인들이나 부상자를 구출하는 소방관 및 응급차 구급대원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며 “걷는 것과 뛰는 것을 동시에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한 것은 향후 웨어러블 로봇 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된 웨어러블 로봇은 노약자의 일상생활 보조, 환자의 재활훈련 보조, 군인 및 소방관 같은 특수 임무직의 작업 효율 보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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