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시술 여성 10명중 2명 아이 낳았다

위은지 기자

입력 2019-09-10 03:00 수정 2019-09-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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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시술 16만명 분석 결과
7월부터 건강보험 적용 늘렸지만 시험관시술 회당 150만∼200만원
저소득층 난임부부엔 여전히 부담


“출산하는 내내 눈물만 났어요. 병실에 들어온 친정 엄마도 같이 울었어요. ‘이제 됐다, 이제 됐다’ 하시면서 눈물을 닦아주시더라고요.”

경기 화성시에 사는 강모 씨(45·여)는 2015년 말부터 지난해 6월까지 시험관 시술을 11차례 받은 끝에 올해 2월 딸을 출산했다. 강 씨는 “정신적으로 힘들었지만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부담이었다”고 말했다. 임신까지 약 5000만 원을 시술 비용으로 썼다. 강 씨는 “난임을 이해하지 못하는 직장 상사의 핀잔에 많이 힘들었다”며 “난임 치료를 같이 받는 친구들조차 ‘또 안 됐어?’라고 묻는데 그것도 큰 상처였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98명, 올해 예상 합계출산율은 0.94명이다. 최악의 출산율 쇼크에 빠졌지만 희망적인 수치도 있다. 최근 난임 시술을 받은 여성 10명 중 2명이 아이를 낳은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실이 난임 시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된 2017년 10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난임 시술로 건강보험 심사 결정을 받은 남녀 16만2339명을 분석한 결과다. 난임 시술을 받은 여성 환자 8만6158명 중 임신에 성공해 산전진료를 받은 비율은 48.7%(4만1931명)에 달했고, 분만한 비율은 19.2%(1만6527명)였다. 난임 시술의 어려움과 환자의 고통을 감안할 때 의미 있는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난임 필수 시술 과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는 시술 비용의 30%만 직접 부담한다. 7월부터 난임 시술 건강보험 적용 대상과 횟수도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부담 비용은 많은 난임 부부에게 큰 난관이다. 김모 씨(39)는 “여전히 시험관 시술 한 차수에 150만∼200만 원은 들어갈 거라고 한다”며 “적금을 깨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연간 3일(유급 1일, 무급 2일)의 ‘난임치료휴가’가 도입됐지만 일부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는 이를 실제로 사용하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박춘선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은 “난임휴가 일수도 부족하지만 이마저도 다 쓰지 못하는 여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가임력이 높은 20대에 출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미혼 남녀의 가임력 진단 검사를 급여화하고, 여성들이 젊을 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희 의원은 “재난에 가까운 저출산 시대를 맞아 난임 가족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한 난임 시술을 보편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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