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이 정신질환?… 정의도 진단도 제각각
신무경 기자
입력 2018-12-12 03:00 수정 2018-12-12 03:00
게임중독, 질병코드화 논란<上>학계-의료계 의견 엇갈려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게임 질병코드화)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중독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해 실제 도입까지 객관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게임 질병코드화를 서둘러 추진하기보다 다양한 논의의 장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윤태진 교수가 게임중독 및 질병코드화를 다룬 국내외 논문 500여 편(2013∼2018년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기준)을 분석한 결과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와 진단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외 논문들에서 게임중독을 정의한 표현이 16가지로 각각 다르게 쓰였다. 또 논문에서 게임중독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척도로 쓰인 설문조사 방식도 30개 이상으로 일관되지 않았다. 상당수의 논문은 ‘영(Young)의 척도’를 사용했는데, 이는 20개 문항 모두 인터넷중독을 진단할 때 쓰는 것이어서 게임중독을 진단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여전히 게임중독에 대한 일관된 조사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연구 방식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는 드문 형편이다.
윤 교수는 “게임중독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게임을 병리 현상으로 지칭하면서도 연구 설계 자체에 있어서는 게임에 대해 무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학술적인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게임이 정식 질병으로 등재되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의학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함께 나타나는데 이게 게임 때문인지, 반대로 우울증이나 ADHD 때문에 중독 증세가 나타나는지 규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 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는 부모로부터 받는 학업 스트레스가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중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체계적인 치료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우리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HO는 6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공개했는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ICD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WHO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질병코드화가 미칠 사회·문화적인 파장과 산업적인 영향을 고려해 성급히 도입을 추진하기보다 심도 있는 토론이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게임중독은 독립적인 질환이 아니라 ADHD의 한 유형이라는 해석도 상존하고 있을 정도로 의견이 다양하다”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질병코드화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보건복지부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방안(게임 질병코드화)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중독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체계적 연구가 부족해 실제 도입까지 객관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 자체가 아니라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 때문이라는 주장도 적지 않기 때문에 보건당국이 게임 질병코드화를 서둘러 추진하기보다 다양한 논의의 장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11일 연세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윤태진 교수가 게임중독 및 질병코드화를 다룬 국내외 논문 500여 편(2013∼2018년 주요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 기준)을 분석한 결과 게임중독에 대한 정의와 진단 기준이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외 논문들에서 게임중독을 정의한 표현이 16가지로 각각 다르게 쓰였다. 또 논문에서 게임중독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척도로 쓰인 설문조사 방식도 30개 이상으로 일관되지 않았다. 상당수의 논문은 ‘영(Young)의 척도’를 사용했는데, 이는 20개 문항 모두 인터넷중독을 진단할 때 쓰는 것이어서 게임중독을 진단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는 여전히 게임중독에 대한 일관된 조사 방법이 없다는 뜻으로, 연구 방식에 따라 상이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아울러 모바일 게임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이를 대상으로 한 관련 연구는 드문 형편이다.
윤 교수는 “게임중독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게임을 병리 현상으로 지칭하면서도 연구 설계 자체에 있어서는 게임에 대해 무지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학술적인 합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게임이 정식 질병으로 등재되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게임중독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도 의학계의 의견이 엇갈린다. 게임에 과몰입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우울증과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이 함께 나타나는데 이게 게임 때문인지, 반대로 우울증이나 ADHD 때문에 중독 증세가 나타나는지 규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 이용자 패널 연구 보고서’는 부모로부터 받는 학업 스트레스가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게임중독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고 체계적인 치료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면 우리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HO는 6월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공개했는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ICD를 기초로 만들어진다. WHO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게임 질병코드화가 미칠 사회·문화적인 파장과 산업적인 영향을 고려해 성급히 도입을 추진하기보다 심도 있는 토론이 우선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대 교수는 “게임중독은 독립적인 질환이 아니라 ADHD의 한 유형이라는 해석도 상존하고 있을 정도로 의견이 다양하다”면서 “게임중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질병코드화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y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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