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일산화탄소 질식, 공장 메탄올 실명… “일상속 독극물도 무섭네”

김윤종기자

입력 2017-02-17 03:00 수정 2017-02-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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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독살’ 계기로 본 가정 응급대처법

“설마 누가 나를 테러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독극물 참 무섭네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독극물에 의해 암살된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람을 순식간에 죽이는 ‘독극물’에 대한 궁금증과 우려를 표명하는 사람이 많다. 응급의학 전문가들은 ‘독극물’이란 말이 생소하지만 일상에서도 독극물을 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만큼 주의와 함께 응급 대처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해 7월 대구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흙놀이를 하던 어린이들이 손에 화상을 입어 아파트 주민들이 공포에 빠졌다. 알고 보니 누군가가 염산을 몰래 화단에 버렸던 것. 또 지난해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돼 실명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독극물 사고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1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독극물 사고 1위는 ‘일산화탄소’ 중독이다. 흔히 알려진 ‘연탄가스’를 비롯해 캠핑용 난방기, 가스보일러 등으로 인해 수시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일어난다. 최근 미국에서는 3차원(3D) 프린터에서 나온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했을 정도.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인 데다 혈액 속에 산소가 녹는 것을 막아 적은 농도에도 20분 이상 노출되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초제 등 농약을 사이다로 착각해 마시는 독극물 사고가 두 번째로 많았다. 단추형 전지 등에 들어있는 수은, 장난감 속 납 중독, 공업용 알코올인 메탄올 중독, 쥐약 속 청산가리 중독 등도 자주 발생하는 일상 속 독극물 사고다.

따라서 독극물 대응 요령을 평소 숙지해야 한다. 독극물에 노출됐을 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독극물의 종류와 섭취량, 시기다. 독극물이 ‘어떻게’ 몸속에 들어왔느냐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입으로 복용 △코로 흡입 △피부나 점막으로 흡수 △주사, 침 등으로 유입 등 접촉 경로에 따라 대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독극물을 흡입했다면 곧바로 신선한 공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고개를 뒤쪽으로 젖혀 기도가 잘 열리게 한다. 숨을 쉬지 않으면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독극물을 먹었다면 토근시럽이나 소금물로 즉시 구토를 유발한다. 다만 의식이 없는 경우 폐로 구토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염산, 양잿물 등을 마셨다면 구토가 나오지 않으니 곧바로 응급진료를 받는다. 주사 등으로 독극물이 체내로 들어갔다면 찔린 부위보다 심장에 가까운 부분을 천으로 묶는다.

더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모든 약물은 원래의 용기에 담아서 잠근 후 어린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놓는다.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독극물 중독 시 응급처치와 동시에 119에 신고해야 한다”며 “의사에게 중독 시 상황, 시행한 응급조치 사항, 독극물의 포장지 내용, 용기 등을 알려줘야 신속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진영주 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거주 지역의 ‘독극물 해독제 관리 거점병원’(전국 20곳)을 평소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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