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별 난임시술 성공률 내년 공개

김윤종 기자 , 이미지 기자

입력 2017-01-23 03:00 수정 2017-01-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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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성공 내세우지만 0% 수두룩… 병원들 외부에 정보 밝히기 꺼려
난임부부 이 병원 저 병원 전전
복지부 “올해 실적평가시스템 구축”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몰라요. 너무 힘든 만큼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알고 싶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선희(가명·33) 씨. 그는 결혼한 지 2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지난해 초 병원을 찾았다. 나이에 비해 난소의 기능이 빨리 떨어진 것이 원인이었다. 건강을 자부해온 김 씨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임신을 위해 적극 나섰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며 인공수정 2회, 체외수정 1회 등 힘든 난임 시술 과정을 버텨냈지만 결국 임신에 실패했다. 이후 ‘난임 시술 잘하는’ 병원 정보를 알아봤지만 병원별 시술 성공률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회당 3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비용을 필요로 하는 난임 시술의 병원별 성공률(%·수술 건수당 임신성공 건수)이 공개되지 않아 난임 부부들의 불만이 컸다. 이에 정부가 병원별로 난임 시술 성공률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안에 난임 시술 지정 기관별(158곳) 시술 건수와 성공률, 각종 난임 치료 실적 등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에는 난임 시술 성공률이 우수한 병원과 그렇지 못한 병원을 공개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난임 진단자 수는 2006년 17만3650명에서 2015년 21만4588명으로 10년 새 24%나 증가했다. 가임기 부부의 약 7분의 1 수준. 정부가 10월부터 난임 시술, 검사, 약제 등 난임 치료 관련 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이유다. 이미 지난해 9월부터 월평균 소득 100%(2인 가구 기준 316만 원) 이하 가구에 4회 체외수정 시술 지원(회당 최대 240만 원) 등 난임 시술 지원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난임 시술 성공률이 여전히 낮다는 점. 정자를 자궁에 넣는 ‘인공수정 성공률은 15∼20%,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해 자궁에 이식하는 ‘체외수정’ 성공률 역시 약 30%에 불과하다. 3, 4회 난임 시술로는 임신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한 난임 여성은 “수시로 배란촉진제를 맞고 수면마취해 난자를 채취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임신에 매달리는 집착, 조급함, 서러움 등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이에 난임 부부들은 조금이라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지만 병원마다 난임 시술 성공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의 한 유명 난임 시술 병원은 본보 취재팀에 “체외수정 성공률이 50%에 달한다”고 밝혔지만 보건당국 조사에서는 이보다 낮았다. 성공률이 0%인 병원도 수십 곳에 달한다.

 이에 보건당국이 난임 시술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병원별로 난임 시술 성공률 등을 공개하려는 것. 복지부 측은 “특정 병원 쏠림 현상, 병원들의 반발 등 파장이 예상되지만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난임 시술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봤다”며 “다만 성공률이 우수한 병원을 1등급, 2등급 등 그루핑으로 공개할지 등은 평가 시스템을 구축한 후 최종적으로 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인공수정 ::

남편의 정액을 특수배양액으로 처리한 후 운동성이 좋은 정자만 선택해 아내의 배란기에 자궁 내에 넣어 임신을 유도


:: 체외수정 ::

시험관 아기 시술. 여성의 성숙한 난자와 남편의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키고 2∼5일 배양해 자궁 내에 이식
 
김윤종 zozo@donga.com·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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