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이 가축들과 다른 개와 고양이

노트펫

입력 2019-09-11 12:07 수정 2019-09-1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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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사람과 같이 사는 가축(domestic animal, 家畜) 중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야생에서 사람들에 의해 포획되어 강제적으로 사람과 인연이 시작된 동물들이 많다. 지금도 포로와 같은 생활을 하는 동물들로는 소, 양, 염소, 닭, 오리 등이 있다.

이 동물들은 사람의 도움이 없이도 야생에서 자신의 먹이인 풀이나 잎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굳이 먹이 때문에 사람들과 같이 살 이유가 없는 동물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가축들의 입장에서도 사람과의 인연이 모두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긍정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더 이상 늑대 같은 야생의 천적(natural enemy, 天敵)들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천적에게 잡아먹힐 수 있다는 공포는 동물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은 일이다. 적어도 이들 가축들은 그런 걱정을 하면서 살 필요는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가축이 자신의 수명인 천수(天壽)를 누리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이해관계에 대단히 예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가축들에게 안정적인 삶을 제공한 대가를 해당동물들의 고기로 받아낸다.

야생동물 중에는 천적들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삶을 마감하는 동물도 있다. 하지만 가축들은 그런 운명을 결코 타고 나지 못한다. 사람들은 예외 하나 없이 일정한 수준으로 자라면 모든 가축들을 도축하여 식량자원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가축에서 반려동물까지 그 지위가 격상된 개와 고양이들은 이들 가축들과 전혀 다른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다. 개와 고양이는 다른 가축들과는 전혀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선조들은 가축들의 선조들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강제로 포획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와 고양이는 자신들의 자유의지로 사람들의 집단에 들어와 그 구성원이 된 것이다.

개와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것은 안정적인 먹이 제공, 천적의 공포로부터 탈출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래서 개와 고양이는 다른 가축과는 출발선 자체가 완전히 다른 특별한 동물이 된 것이다.

개나 고양이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들의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처신을 한다. 그런데 개와 고양이는 같은듯하면서도 다른 동물이어서 행동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개는 자신의 자리를 무리 혹은 가족의 막내 혹은 약자로 정한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처신을 한다. 그래서 개는 가족 구성원이 귀가라도 하면 자신의 꼬리가 떨어질 정도로 맹렬한 환영을 한다. 심지어 늑대가 우두머리에게 하는 절대적 복종 자세인 배를 보이는 행동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사실 이 행동은 자신의 모든 약점을 노출시킨 충성 맹세라 할 수 있다.

고양이는 개와 다르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주는 주인과의 관계를 상하 관계로 여기지 않는다. 독립적 생활을 하는 습성이 있는 고양이는 주인을 헤어지지 않는 엄마 정도로 여긴다. 그래서 고양이는 나이가 들어도 주인에게 애기 같은 행동을 하며 주인을 기쁘게 한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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