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는 너무 소중한 수염

노트펫

입력 2019-06-20 11:07 수정 2019-06-2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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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펫] 산과 바다가 그리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몇년새 낮 최고 기온 섭씨 30도는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더운 날이면 사람들의 옷차림은 갈수록 과감해진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옷의 길이는 짧아지고, 옷의 두께는 얇아진다. 또한 검은색이나 군청색 같이 햇볕을 흡수하는 짙은 색상의 옷들은 자취를 감추고 흰색, 아이보리, 하늘색 같이 시원한 계열의 옷이 속속 길거리를 점령하게 된다.

그런데 사람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도 최근 들어 여름이 되면 그런 유행을 탄다. 동물의 털이 짧아지고, 심지어 삭발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그 동물의 품종을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동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엄연히 주인들의 의지 때문에 일어난다. 그런데 이런 게 바람직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옳다는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과 같이 사는 개나 고양이는 몸에 털이 거의 없는 사람들과는 달리 온몸에 털이 덮여있다. 작은 털복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주인들은 여름이 되면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비싼 돈을 들여서 동물의 털을 밀어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행위가 사람의 눈으로는 시원하게 보여서 좋겠지만, 정작 해당 동물의 건강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못한다. 동물의 털은 그 나름대로 고유의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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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털은 해당 동물의 체온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름이 되었다고 해서 동물의 털이 갑자기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지는 않는다. 여름에도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털은 뜨거운 햇볕으로부터 동물의 피부를 보호한다. 가벼운 화상 예방, 자외선 차단 등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들은 그런 털의 순기능(順機能)을 애써 무시한다. 그리고 삭발에 가까운 수준으로 깎아버린다. 이렇게 털을 바짝 깎아버리면 개와 고양이의 피부는 햇볕에 보호 장비 없이 노출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이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 동물은 가급적 햇볕이 강한 낮에는 외출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 동물을 데리고 외출하는 게 좋다. 부득이 동물을 데리고 낮에 이동해야 하는 경우에는 피부를 보호할 가벼운 옷을 입혀주는 게 피부 건강에 좋을 곳이다. 사서 고생이다.

얼마 전 삭발 수준으로 미용을 한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페르시안 고양이(Persian cat)같았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털은 물론 수염도 보이지 않았다. 이발을 하면서 고양이 얼굴에 있는 수염까지 밀어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고양이의 수염은 제거해도 관계없는 게 아니다. 고양이의 수염은 고양이가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볼이나 코 주변에 있는 수염은 고양이가 좁은 통로를 지날 때 지팡이의 역할을 한다. 미로 같이 좁은 공간에서 고양이가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수염이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수염은 사냥할 때는 안테나와 같은 역할을 한다. 대기 중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레이더와 같다. 만약 길고양이가 자신의 수염을 잃게 된다면, 이는 생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게 된다. 수염 없는 고양이는 레이더를 끄고 적과 싸우는 무력한 전투기와 같다. 따라서 고양이 수염은 이유 여하를 떠나서 손대지 않는 게 훨씬 바람직하다.

이강원 동물 칼럼니스트(powerranger7@hanmail.net)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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