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어도 말하면 ‘척척’… AI가 수술기록지 작성도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입력 2019-04-10 03:00 수정 2019-04-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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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현장
“의사 1명당 기록지 작성 시간 월 500분 단축, 환자케어 시간 늘어”


스마트폰에서 말을 하면 그대로 문자로 변환해주는 앱을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아직은 정확도가 떨어져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인공지능을 추가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받아쓰기 정확도가 90∼99%에 이를 뿐 아니라 심지어 틀린 말도 바르게 고쳐주기 때문이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외과 김종완 교수가 입원환자 회진 뒤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환자 상태를 입력하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이 의료에 적용되면서 의사가 사용하는 어려운 의학용어와 한국말을 자동으로 인식해 이를 의무기록지나 수술기록지 또는 영상진단 기록지에 알아서 척척 적어주는 인공지능 의료녹취 솔루션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인공지능 의료녹취 솔루션인 ‘셀비 메디보이스’를 영상의학과에 도입했다. 3일 세브란스병원 4층 영상의학과 판독실에선 박영진 교수가 환자의 유방암 X선 영상을 보면서 마이크를 대고 환자의 유방 상태를 판독하고 있었다. 그의 말은 그대로 컴퓨터 모니터 화면에 정확하게 자동으로 입력되고 있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박영진 교수가 셀비 메디보이스로 영상판독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말해도 거의 정확하게 문서화되고, 어려운 의학용어 역시 녹음과 문서화에 문제가 없다”며 “그동안 판독과 녹음, 타이핑, 내용 확인을 하던 단계가 사라지고, 판독과 동시에 문서화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자가 검사 결과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영상의학과 의사는 판독에 보다 집중해 검사판독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검사 결과가 빨리 나오니 치료 방법도 빨리 결정되고 근본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수술장에서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2일 이 병원 외과 김종완 교수는 급성충수염 환자의 수술을 마치고 본인의 스마트폰에서 인공지능 의료녹취 인식기능을 활용해 수술기록을 말하고 있었다. 말은 그대로 문자로 변환됐다. 정확도는 90%가 넘었다. 동탄성심병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술장뿐 아니라 입원환자 회진에도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의료녹취 서비스를 도입한 후 의사 1명당 평균 수술 기록지 작성 시간이 월 500분 단축됐다”며 “회진 경과 기록지 작성도 음성언어로 편리하게 작성 중이다. 그 덕분에 환자를 케어하는 시간이 늘어나 환자를 위해서도 음성인식 기술은 좋은 서비스”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의료녹취 솔루션을 개발한 셀바스 AI 윤재선 이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 음성기술은 3년에 걸쳐 의료 빅데이터 딥러닝을 했다”며 “그 결과 영상의학과나 수술실, 회진 등에서 의사들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상담, 외래진료 등 다양한 분과별 의료산업에 특화된 의료 녹취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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