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에선 못키워?'..소파가 제일 편한 진돗개

노트펫

입력 2019-02-21 18:12 수정 2019-02-21 18:14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노트펫] 진돗개 혹은 진도 믹스들은 우리나라에서 대개 마당지킴이로 살아간다. 짧은 줄에 묶여 살다 생을 마감한다.

귀엽지도 않고, 덩치도 애매하고, 게다가 실내에서 데리고 살기엔 너무나 사납다는 이유에서다. 수의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개가 진돗개라는 우스개 아닌 우스갯 소리도 있다.

집안 소파가 세상에서 제일 편한 진돗개 효리를 소개한다. 국내에선 다른 진돗개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았을 테지만 지금 효리는 미국의 한 가정에서 실내견으로 정착해 가고 있다.

호랑이 가죽 무늬를 한 효리. 지난해 8월 전라북도 김제의 유기동물보호소에 들어왔다. 집에서 탈출했는지, 주인이 유기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바깥에서 생활한 흔적 만은 뚜렷했다. 바깥에서 생활하는 개들이 흔히 걸리는 심장사상충을 갖고 있었다. 특징 기재란에는 한 단어만 있었다. "순하다"

동물과행복한세상의 엄지영 대표를 만나 다시 바깥으로 나왔고, 전북대 수의대 안에 있는 동물을위한행동 임시보호소에서 지내게 됐다. 엄 대표의 노력 덕분에 김제 유기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개들은 거의 100% 제2의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는데 효리 역시 그 중 하나였다.

심장사상충 치료를 마친 효리를 데려가겠다는 이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이 역시 엄 대표의 노력이 컸다.

9월에 새로운 가족을 만난 효리. 그런데 효리는 사흘 만에 파양을 당한다. 새집에 간 다음날 효리는 새끼 6마리를 낳았고, 졸지에 7마리를 떠안게 된 입양자가 이틀 동한 고심한 끝에 돌려 보낸 것이었다.

효리가 날씬했기 때문에 임신은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사단이 난 것이었다.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하는데 지난해 북측에서 남북정상회담 선물로 보낸 풍산개 곰이 역시 청와대에 온 지 얼마 안 돼 새끼들을 낳았다. 북측이나 우리측이나 전혀 몰랐던 임신이었다.

새끼들과 함께 다시 임시보호소로 돌아온 효리. 대단한 모성애를 가진 엄마였다. 새끼 6마리를 모두 건강하고 사회성 좋은 강아지로 키워냈다. 다행히 6마리 새끼들은 3개월째에 해외입양을 갔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미 효리였다. 평생 한 주인만 섬긴다는 편견도 있는데다 이미 최소 2번의 파양 경력을 갖게 된 효리. 국내에서 입양처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임시보호소는 대안으로 새끼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입양을 추진키로 했다. 이 역시 성사될 것이라 확신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한 번은 효리가 길고양이를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새가족 찾아주기. 경주에 있는 기관에서 사회성 훈련을 시켜본 결과, 효리는 훈련을 잘 소화했고, 어린 아이나 강아지 역시 공격할 가능성은 낮다는 판정을 받았다.

효리는 이달 2일 미국의 가정으로 입양됐다. 엄마와 딸이 직접 공항에 마중 나와줬다. 그집에는 이미 다른 강아지도 있다. 그리고 입양 가족이 보내온 효리의 최근 사진. 집안 소파에 누워 세상 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박정희 동물을위한행동 대표는 "효리가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지는 소파에서 이렇게 편히 쉬는 모습 만으로도 충분하다"며 "진돗개를 실내에선 키울 수 없다는 인식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하고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