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걱정? 물로 씻어내는 제품은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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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12-07 03:00 수정 2017-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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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가습기 건강하게 사용하기

가습기가 필요한 계절이 돌아왔다. 우리나라는 계절별 습도차가 뚜렷해 여름 장마철에는 습도가 90∼100%에 이르지만 겨울철에는 10∼20%로 뚝 떨어진다. 공기가 건조하면 호흡기 점막에 수분이 줄면서 각종 세균과 먼지에 방어능력이 떨어진다. 적정 습도인 40∼50%를 유지하려면 가습기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가습기 사용을 꺼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이 고이면 곰팡이나 물때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냥 씻자니 제대로 세척되지 않을 것 같고 화학제품을 사용하자니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는 물에 타서 사용한 게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각종 화학물질이 수증기와 함께 공기 중에 분사돼 이를 흡입하는 사람에게 독성을 일으켰다. 현재 이런 방식의 시판 제품은 없다. 신경승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외품정책과 사무관은 “법이 개정돼 기업이 스스로 제품의 흡입독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흡입독성 자체를 증명하기 어렵고 만성독성까지 감안하면 최소 2년 이상 실험해야 해 앞으로 한동안 물에 타는 살균제 제품이 허가받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같은 화학제품이라도 세정제처럼 가습기를 세척한 뒤 물로 씻어내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릇을 씻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정제나 소독제를 써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물로 충분히 헹구면 미량의 화학물질만 남기 때문이다. 화학제품이 불안하다고 세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곰팡이나 유해 세균이 가습기 가동 때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이런 곰팡이와 세균은 폐질환을 일으킨다.

식초나 베이킹소다 등 천연재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매번 식초를 넣어 가동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식초의 성분인 아세트산을 들이마시면 점막에 자극을 줄 수 있다. 식초, 베이킹소다, 과산화수소 같은 소독물질을 쓸 때는 물을 비운 뒤 사용하고 깨끗이 헹궈야 한다.

가습기에 넣는 물은 가급적 증류수를 쓰는 게 좋다. 수돗물에는 정수 정화 저장 과정에서 많은 약품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쓰고 마시는 데는 문제가 없는 양이겠지만 장기간 가습기를 통해 들이마시면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다.

이규홍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장은 “가습기는 자연적으로 둬도 증발하는 물에 에너지를 가해 더 많이 증발하도록 만든 기계여서 물에 섞인 화학물질이 그 에너지를 받아 평소보다 더 많이 공기 중으로 분사된다”며 “이렇게 날아간 입자들은 다시 공기 중에서 뭉쳐 더 큰 입자가 된다. 커진 입자를 호흡했을 때 체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검증되지 않은 물질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굳이 가습기를 쓴다면 자연식 가습기를 써라”고 조언했다. 자연식 가습기란 말 그대로 물을 자연적으로 증발시키는 방식으로, 구멍이 많은 필터에 물을 적셔 빨리 증발시킨다. 일반 가습기보다 가습 효과가 떨어지는 만큼 필터에 바람을 쐬어 증발 속도를 높인 제품도 있다. 이 센터장은 “수건을 물에 적셔 말리거나 식물을 키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물은 증발이 매우 잘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가습기가 없다면 다양한 ‘자연증발’을 이용하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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